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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하얀 황금' 리튬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격화되는 자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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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하얀 황금' 리튬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격화되는 자원 전쟁

리튬 탐사 기계가 아르헨티나의 해발 3460m의 아리자로 염전에서 시추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리튬 탐사 기계가 아르헨티나의 해발 3460m의 아리자로 염전에서 시추하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풍부한 리튬 매장량을 바탕으로 '하얀 황금' 리튬 생산 붐을 맞이하며 글로벌 경쟁의 중심에 섰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자국의 청정 기술 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자원인 리튬 확보를 위해 아르헨티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엘 파이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4위 리튬 생산국으로,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5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아르헨티나는 개발되지 않은 리튬 염전을 바탕으로 수많은 해외 기업을 유치하며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했다. 현재 아르헨티나 북서부에서는 약 40개의 리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기업은 아르헨티나 광업 프로젝트에 32억 달러(약 4조4450억 원)를 투자하며 미국(17억 달러)을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자칭 '무정부주의 자본주의자'인 우파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당선 이후 아르헨티나의 외교 정책은 친중 노선에서 벗어나 미국과의 관계 강화로 선회하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 가입 제안을 거부하고,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아르헨티나 리튬 수입 보장을 요청하며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2월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리튬을 핵심 투자 분야로 꼽으며 아르헨티나의 프로젝트 개발 가속화를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와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을 통해 아르헨티나 리튬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의 투자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반면, 중국은 전국적으로 리튬 프로젝트를 확장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의 반중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유지하며 리튬 개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리튬 채굴 붐은 아르헨티나에 전례 없는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지만, 환경 파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리튬 채굴로 인한 환경 오염과 자원 고갈을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살타주 톨라 그란데 시장 세르히오 빌라누에바는 "리튬 광산은 언젠가 고갈된다"며 "광산 개발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해 관광 인프라 구축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살타주는 7월 프랑스 기업 에라멧과 중국 기업 칭산의 합작 투자로 건설된 최초의 리튬 광산 '센테나리오-라토네스'를 개장할 예정이다. 이 광산은 연간 2만 4000톤의 탄산리튬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며, 물 소비를 줄이면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리튬 추출 기술인 DLE(직접 리튬 추출)를 도입할 계획이다.

리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르헨티나 리튬 시장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리튬 채굴부터 배터리 제조까지 전 생산 과정을 통합 운영하며 변동성이 큰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간펑리튬은 아르헨티나 리튬 아메리카의 파스토스 그란데스 프로젝트 지분을 15% 매입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미국은 중국의 남미 리튬 투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자국의 청정 기술 생산 체인에 대한 위협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아르헨티나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아르헨티나 리튬 산업은 글로벌 패권 경쟁의 각축장이 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리튬 가격 변동성과 환경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아르헨티나가 리튬 붐을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지역 사회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