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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태만상(87)] 고철이 대접받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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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태만상(87)] 고철이 대접받는 시대

철강업계가 친환경 철강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고철이 대접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철강업계가 친환경 철강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고철이 대접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
파리 올림픽이 한 달 남았다. 파리 에펠탑 중앙에는 올림픽 오륜마크가 설치됐다. 이 설치물은 고철을 녹여 만들었다. 올림픽 성화도 재활용 스크랩을 녹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유럽은 대부분의 고철을 수출해 왔지만 이즈음의 형편은 다르다. 유럽의 제철소들이 전기로 설비로 교체하면서 고철은 소중한 원자재로 대접받고 있다.
한국의 고철 자급률은 60~70%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연공장에서 발생하는 고품질의 고철들은 수출했다. 국내 전기로 메이커들은 원가가 비교적 싼 고철을 미국 등에서 대량으로 수입해왔다. 문제는 고철에서 발생하는 분진이다.

아직 국내 전기로 철강사들은 수입 고철을 넓은 마당에 뿌려놓고 비산(飛散)먼지를 막느라 물을 뿌려가며 관리한다. 철강공장에서 발생한 비산 먼지는 이웃한 아파트로 날아들기도 한다. 완전한 비산 먼지 방지 대책을 갖추는 일은 철강공장의 의무다.
제조산업 부문의 탈탄소화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재활용 고철산업이 뜨고 있다. 퓨처마켓인사이트(FMI)의 자료에 따르면 재활용 고철산업은 2032년까지 연평균 5.4% 성장해서 1039억7000만 달러(약 144조310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2022년까지 재활용 고철시장은 614억5000만 달러(약 85조3048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조선, 건축, 건설, 인프라 부문에서 회수되는 고철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FMI와 같은 전문기관들은 한결같이 글로벌 재활용 고철산업이 2022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7.1%의 꾸준한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재활용 고철 수요도 증가한다. 철강 생산과 비철금속 가공에서 고철의 활용도는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재활용 고철 소비율이 덩달아 높아진다는 의미다.

건축 분야와 건설 분야의 성장 속도와 재활용 고철의 수요는 정비례한다. 자동차, 조선, 항공 비행기 제조의 생산 증가도 재활용 고철의 소비율을 높인다. 철과 비철금속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철 스크랩은 발생한다. 이 스크랩은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제품 가공에 활용된다.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전기자동차 생산이 늘어나고, 가전과 재료 시공 분야에서 웨어러블(착용) 판매 증가는 재활용 금속 스크랩 판매를 계속적으로 견인하게 된다. 글로벌 재활용 고철 시장에서 활동하는 주요 업체들은 폐기물 발생과 운영 지출을 줄이기 위해 고철의 활용도를 높여 철강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주요 업체들은 생산 시설과 유통 채널을 확장하기 위해 협업과 인수합병에 주력하고 있다.

2021년 10월, 미국의 대표적인 전기로 메이커 뉴코(Nucor)는 탄소 배출 제로 탄소강 제품 시리즈인 에코닉(Econiq)을 출시했다. 에코닉을 통해 철강 소비자에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낮은 철강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투자는 토목 건설에 필요한 철강 수요를 늘리고 있다. 이로 인해 재활용 고철 판매가 증가하게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의 건설 및 인프라 부문이 크게 성장하면서 철과 철강 소비가 증가했고, 그 결과 생산에 필요한 고철 수요가 높아졌다. 고철 활용은 탄소 배출과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이유다. 요즘, 국내 고철업자들의 생산 시스템 자동화뿐만 아니라 제강사들의 고철 구매 관행도 선진화해야 한다.

이익 창출을 위해서 한밤중에 몰래 분진을 배출시키는 행위도 벌어진다는 민원이 답지하고 있다. 철강 생산 이전에 국민의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 고철이 대접받는 시대에는 국민의 불편 요소부터 챙기는 사회적 책임이 동반되어야 한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