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올해 1∼4월 미국 내 전기차 신차 등록 대수로 살펴보면 테슬라(18만3278대) 비중은 50.1%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4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전기차 신차 전체 등록 대수 10만2317대 가운데 테슬라는 46.3%에 해당하는 4만7350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테슬라가 차지한 비중 63.8%와 비교하면 무려 17.5%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반면 비 테슬라 비중은 작년 4월 36.2%에서 올해 4월 53.7%로 껑충 뛰었는데, 현대차‧기아의 지속된 판매 호조가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테슬라 점유율 하락은 보급형 세단 모델3이 지난 1월 중국산 배터리 부품을 활용했다는 이유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예고됐다. 반면, 비 테슬라 진영의 판매 장려금은 테슬라보다 월등히 높게 책정되면서 판매가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도 현대차‧기아의 선전은 놀랍다는 게 현지의 반응이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미국에서 IRA와 상관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리스·렌터카 등 상업용 차량 위주로 전기차를 판매 중이다.
상업용 차량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해외 주요 거점 시장을 공략할 때 상대적으로 뒤처진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기 위해 집중했던 시장이다. ‘움직이는 광고판’이라 불리는 자동차를 상업용으로 판매하면, 현대차 모델의 품질을 경험한 기업 고객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이렇게 오른 인지도가 바탕이 되어 개인용 판매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4분기 미국 조지아주에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현지에서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북미 조립 요건을 갖추게 된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내수 시장에서도 90% 넘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완성차 5개 사의 국내 등록 대수 49만5477대 가운데,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는 45만4886대로 91.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현대차‧기아의 강세는 수입차의 내수 판매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수입차는 10만2957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1~5월 9만6494대 이후 5년 만의 최저치로, 지난해 10만5778대보다 9284대 적다.
1∼5월 기준 지난 5년간 수입차 수입액을 살펴봐도 올해가 4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올해 수입차 수입액은 56억2346만달러로, 2020년 48억8266만달러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작년 동기 수입액 70억2583만달러와 비교하면 약 14억달러 줄어든 액수다.
올들어 수입차 판매 대수와 수입액이 예년보다 줄어든 배경은 중동 분쟁 여파에 따른 홍해 지역의 위험성이 불거진 '홍해 사태'로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올해 1월부터 취득가액 8000만원 이상 법인 승용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한 제도가 고가 수입차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모두 전기차를 포함한 자동차에 대한 인센티브 등의 정책의 변화하고 있는데 현대차그룹이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기회를 잡고 있다”라면서, “현재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