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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5년, 삼성의 '탈일본' 가속…한·일 반도체, 협력 속 경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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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5년, 삼성의 '탈일본' 가속…한·일 반도체, 협력 속 경쟁 심화

한국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의 수출규제 이후 '탈일본화'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의 수출규제 이후 '탈일본화'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한 지 4일로 5년이 흘렀다. 2019년 7월, 징용공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시작된 수출 규제는 4년 만인 지난해 해제됐다. 불화수소 등 핵심 소재 수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은 5년간 소재 국산화를 추진하며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탈(脫)일본'에 가속도를 붙였다.

4일(현지 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수출 규제 당시 일본 기업 점유율이 높았던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불화수소 수입은 한때 완전히 중단되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9년 8월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액은 '0'을 기록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소재 국산화에 사활을 걸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일본 의존도 탈피를 촉구했고, 순도가 낮은 소재를 중심으로 국산화가 이뤄졌다. 미·중 갈등 속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맞물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소재 국산화율 20%, 장비 국산화율 40%'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지원을 강화했다.

일본 기업들도 한국 기업과 협력을 이어갔다. TOK(도쿄오카)공업과 스미토모화학은 한국 내 포토레지스트 생산을 추진했고, 불화수소 수출 규제 해제 후 수출액은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5월 한국의 불화수소 수입액은 1191만 달러(약 16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하며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의 탈일본 노력으로 수출 규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못했다. 2018년 평균과 비교하면 회복 수준은 50%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일본산 고품질 소재 조달의 어려움으로 첨단 반도체 수탁 생산 경쟁에서 TSMC와의 격차가 벌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반도체 제조 난도 증가 속에서 한·일 반도체 업계는 다시 협력에 나서고 있다. 양국 기업들은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며, 세계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윈윈'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수출 규제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 일본 기술 없이는 첨단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화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앞으로 한·일 반도체 협력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