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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문 전 부사장 발표, 효성그룹 오너경영체제 종식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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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문 전 부사장 발표, 효성그룹 오너경영체제 종식 목적?

부친 상속재산 전액 사회 환원해 ‘공익재단’ 설립키로
형 조현준 회장, 동생 조현상 부회장에게도 전액 참여 요구
이러면 효성그룹 대주주는 공익재단으로 넘어가게 되어
전문 경영인 체제 전환 시 조현문 전 부사장도 복귀 가능
효성, 여론 비판 의식해 불참 결정 섣불리 내기 어려워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정희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정희 기자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공익재단 설립’이라는 카드를 통해 형 조현준 효성 회장과 동생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체제로 굳어진 효성그룹 3세 경영권 승계를 다시 흔들었다.

외형적으로는 부친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상속재산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과 함께 공동상속인인 형제들의 참여를 당부했다는 점에서 재벌, 특히 그동안 왕자의 난을 통해 부정적으로 변질됐던 효성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가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이날 조현문 전 부사장 발표의 진짜 속내는 효성그룹 오너경영체제의 중단을 포함한 지배구조의 획기적인 개선을 의미한다. ‘소유와 분리’ 원칙에 따라 오너는 공익재단을 통해 회사의 대주주로 남고, 대신 회사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현문 전 사장의 발표 내용의 핵심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 ‘전액’을 사회 환원해 공익재단을 세우겠다는 것이며, 다른 형제들에게도 전액 환원을 요구한 것”이라면서, “이라면, 생전 대주주였던 부친의 재산, 즉 지주회사인 ㈜효성을 포함한 계열사 지분이 공익재단에 넘어가고, 공익재단은 효성그룹의 실질적인 대주주가 된다. 효성그룹 지배구조가 오너체제를 종식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부친 상속재산을 넘기면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개인이 들고 있는 지분만 보유하게 되어 대주주 자격을 잃는다. 이러면 오너들도 전문 경영인과 같은 위치에서 그룹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이사회와 주주들로부터 경영실적으로 능력을 평가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효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며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고 밝히긴 했지만, 주주들의 찬성을 얻으면 2013년 그룹을 떠났던 조현문 전 부사장의 경영일선 복귀도 가능해진다.

이 관계자는 “부친의 별세 후 다시 존재가 부각되어왔던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제들의 허를 찌르는 카드를 들고 왔다”라면서 “그룹을 지배하게 되는 공익재단 이사장에 조현준 회장이 선임되건, 조현상 부회장이 되건 조현문 전 부사장은 상관없을 것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일단 효성그룹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회장 시절 이미 자식이 경영권을 물려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며 소유와 분리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을 예고했고, 삼성 내에서 관련 준비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라면서, “조현문 전 부사장도 이러한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분위기에 맞춰 공익법인 설립안을 내놓음으로써 여론을 환기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단빛재단’이라는 공익법인 이름까지 지었다는 것은 조현문 전 부사장이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을 구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면서. “법정 다툼이나 지분 확보 경쟁 등에서 밀린 ‘약자’ 조현문 전 부사장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이고, 실제로 이번 발표로 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외의 발표에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측으로서는 난처한 처지가 되었다. 효성그룹은 이날 오후 조현문 전 사장 발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쉽게 밝힐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상속재산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고, 공익재단을 설립해 ‘사업보국’의 정신을 실천하며, 나아가 오너경영체제를 종식하겠다는데 (효성그룹 측이) 곧바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면, 국민적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으로서는 현재의 효성그룹 경영 및 지배구조 유지의 당위성을 제시해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