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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태만상(89)] 브릭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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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태만상(89)] 브릭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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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오랜 파트너인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재정의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채택했다. 이 정책은 브릭스(BRICS) 블록을 공유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도 벤치마킹하려는 중대한 경제적 도전이다. 브라질의 선택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철강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이지만 그 불똥이 우방국으로 번지고 있다.

브라질의 관세 부과는 광범위하고 심오할 수 있지만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브릭스라는 공동체로서의 어깨동무라는 개념을 풀어놔야 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브라질 정부는 최근 중국산 수입 철강에 일정한 할당량을 초과할 경우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중국은 화들짝 놀랐다. 브라질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브라질이 이런 결정을 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질로서는 자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든 동원해야 하는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브릭스(BRICS) 회원국인 브라질과 중국은 강력하고 전략적인 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작년에 중국산 철강이 브라질로 대량 유입되자 브라질 철강 시장은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브라질 철강산업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졌다.
브라질이 중국산 철강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결정은 불공정 경쟁을 억제하고 자국의 국가 산업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브라질 정부는 철강 부문에서 11개의 특정 제품을 세금 부과 대상으로 삼았지만, 브라질 국내 철강기업들은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만큼 노동집약적인 철강 부문의 불만이 컸다는 사실을 놓고 브라질 정부 당국은 묘수 찾기에 골치를 썩이고 있었을 것이다.

2023년을 되돌아본다면, 중국산 철강이 브라질 철강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자 브라질 대형 철강회사들은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손해를 입었다. 약 700명의 근로자가 해고되기도 했다.

브라질 정부는 철강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하자 더 이상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가 없었다. 결국 세금 부과라는 칼을 빼들었지만 브라질 철강기업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브라질은 철강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를 희망하지만, 세금 부과만으로는 자국 철강기업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브라질에서 중국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철강산업만이 아니다. 다른 여러 경제 부문에서도 중국산 저가제품 수입에 대한 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노동집약적인 부문과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섬유와 신발 그리고 장난감 산업에서는 중국산 제품의 유입으로 인해 브라질 연관 기업들의 취약점이 심각한 정도라고 한다.

이들 산업은 브라질 정부가 철강에 부과한 조치와 유사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50달러 미만으로 판매되는 온라인 제품에도 세금을 부과했을 정도다. 이 결정은 값싼 중국 제품의 유입으로부터 섬유 부문을 보호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지만 브라질 내의 시장 상황은 어려워지고 있다.

새로운 세금 부과로 얻어진 자금은 지역 산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소비자, 특히 저소득층 사이에서는 항의가 빗발쳤다.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잘 사용해 왔는데 세금으로 인해 가격이 인상됐다고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브라질이 중국산 철강 수입에 부과한 세금은 무역정책의 전환점이 됐다. 주요 무역 파트너이자 브릭스(BRICS) 블록의 공동 회원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인도 국가도 브라질의 정책을 배워 관세 부과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값싸고 품질도 나무랄 데 없는 제품을 선택할 것인지, 자국 산업을 우선 보호할 것인지 통상정책의 중심이 서지 않는 것이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