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세계 1위, 지금은 10%도 안 돼...
한때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50%를 자랑하던 일본은 미국의 견제로 몰락하며 현재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시바 미츠노부(小柴満信) 전 경제동우회 부대표 간사는 "반도체의 부활 없이는 일본의 미래는 없다"고 말할 정도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의 저서 '2040년 반도체의 미래'를 통해 일본 반도체 산업의 흥망성쇠를 살펴본다.
1948년 벨 연구소에서 트랜지스터가 발명되면서 반도체 시대가 시작됐다. 트랜지스터는 기존 진공관보다 작고, 안정적이며, 전력 소모도 적어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았다. 이후 집적회로 기술 발전으로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에 담을 수 있게 되면서 반도체 산업은 급성장했다. 1965년 고든 무어는 "반도체 집적도는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할 것"이라는 '무어의 법칙'을 발표하며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예측했다.
D램으로 세계 제패, 그러나 미국의 견제 시작
1987년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일본산 D램의 대미 수출이 제한됐지만, 일본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1991년 협정에 '일본 내 외국산 반도체 점유율 20% 달성' 조항이 추가되면서 일본 반도체 산업은 위기를 맞게 된다.
1980년대 IBM PC의 등장과 함께 PC 시대가 열리면서 인텔은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 집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95 출시로 PC가 대중화되면서 인텔은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되찾았다.
인텔과 삼성의 '협공', 일본 반도체 몰락
인텔은 삼성에 기술과 라이선스를 제공하며 삼성의 성장을 도왔다. 당시 한국의 낮은 원가와 임금은 일본 기업들에 비해 큰 경쟁력이었고, 삼성은 인텔의 지원을 바탕으로 D램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PC 시대 도래와 함께 메인프레임 시장이 축소되면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었고, 삼성은 인텔과의 협력을 통해 PC용 D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일본 기업들을 추월했다. 결국 1996년 일본 내 외국산 반도체 점유율이 20%에 도달하면서 미일 반도체 협정은 실효됐고, 일본 반도체 산업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