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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실명제] "국내 배터리 업체 웃고, 완성차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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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실명제] "국내 배터리 업체 웃고, 완성차 울고"

현대차, 기아 자사 홈페이지에 배터리 제조사 공개
벤츠, BMW, 볼보 등 수입차 업체도 잇따라 밝혀
국내 배터리 업계 신뢰도 상승 등 긍정적 영향 기대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 활성화 위해 할인 경쟁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간 BMW i5. 사진=BMW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간 BMW i5. 사진=BMW코리아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두고 국내 배터리 업계와 완성차 업체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발생한 화재에서 중국 배터리에 대한 과거 안전성 문제가 부각된 만큼 국산 배터리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수입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 차량 선호도가 증가함에 따라 전기차 할인 폭 확대, 무상 점검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BMW, 벤츠, 볼보 등 국내 완성차·수입차 업체는 자사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한 대부분 전기차에는 국내 제품이 들어갔다. 국내 완성차 기준으로는 현대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코나와 기아 레이EV를 제외하고 모두 국산 배터리가 들어갔다. 수입차에서는 BMW iX1, iX3를 제외한 모든 전기차에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갔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들어간 중국 배터리에 과거 안전성 문제가 있었던 만큼 국산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전에는 전기차를 구매할 때 '완성차 브랜드'를 보고 했다면 이제는 탑재된 '배터리'를 보고 구매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가 만든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부분에서는 (배터리 제조사 공개의)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했다.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것이 국내 업체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며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했을 때 초반에는 반응이 뜨거웠지만, 품질 이슈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처럼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 배터리에 대한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화재 원인이 배터리로 낙인찍혀 전기차 구매를 꺼려 경우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 국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화재 발생률이 적다고도 할 수 없어 국산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에서 불이 나면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 실제 전기차 화재는 여러 이유로 발생한다.

충전기 문제일 수도 있고 외부 충격이 가해져 불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단순히 전기차 화재 원인을 배터리로 볼 수 없다. 복합적이다. 국내 배터리가 중국 배터리보다 더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외부 환경에 의해 불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가 중국 배터리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지만 불은 여러 이유로 난다. (국내 제품도) 불이 안 날 수는 없다"고 했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할인 폭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자들 사이에 확대되면서 내연기관 차량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현대차는 전기차 구매 고객에게 하와이 호텔 숙박권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BMW, 아우디 등 수입차 업계도 대폭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할인율이 20%가 넘는 수입차 모델 30개 가운데 22종이 전기차다. 할인을 많이 해주는 수입차 10대 중 7대가 전기차란 얘기다.

통상 수입차는 한국법인의 할인율과 딜러들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할인폭을 더해 실제 구매가가 결정된다. 딜러들은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차량 판매가 부진하면 딜러 마진을 줄이는 식으로 할인폭을 끌어올린다.


김정희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