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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공룡 인텔의 추락…국내 기업들, 인텔서 배워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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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공룡 인텔의 추락…국내 기업들, 인텔서 배워야 산다

인텔, 삼성과 닮은꼴…인력문제·조직문화·기술개발 노력 반면교사 삼아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대만 컴퓨텍스 행사에서 반도체 칩을 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대만 컴퓨텍스 행사에서 반도체 칩을 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 인텔의 몰락은 국내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만한 인력 구성, 관료주의적 조직문화, 1위에 안주하면서 기술 개발에 뒤처진 점까지 다양한 요인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기업들이 인텔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2분기 16억1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인텔이 개선을 위해 최우선으로 꺼내든 방법은 인력 구조조정이다. 인텔은 올해 전체 직원의 약 15%인 1만5000명을 해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인텔의 이 같은 전략이 그동안 방만하게 인력을 운영해 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또 인텔의 관료적 조직문화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립부 탄 이사는 사임하면서 “위험회피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인텔의 문화가 사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인텔의 문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임금·처우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간 불화로 인한 파업 등이 경영상 불안요소로 떠올랐다. 파업은 일단락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생산 차질 여부다.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이 최대 5000명에 달했는데 삼성전자 측은 생산에 아무런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총 직원수 9만3600여 명의 5.3%에 해당하는 5000명이 생산에 필요하지 않은 인원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부문(DS)의 구원투수로 새롭게 부임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이 취임 첫 과제로 새로운 조직문화 조성을 제시하고 조직 재정비를 실시했다는 점은 삼성전자도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텔이 업계 선두 자리에 안주하면서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인텔은 시스템 구성에 필수적인 중앙처리장치(CPU) 글로벌 1위 기업이지만 인공지능(AI) 기술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반면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으로 AI기술에 적극 대응하면서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해 AI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와 동일하게 삼성전자도 명실상부한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이지만 AI 흐름에 뒤처지면서 AI시스템 구성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HBM 분야에서 시장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인텔과 엔비디아의 관계가 그대로 대입되는 대목이다.

다행인 것은 삼성전자가 문제점을 파악하고 기술 개발과 조직 개선 등을 통해 변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전 부회장은 취임사에서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자”면서 “직급과 직책에 관계없이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인정하고 도전할 것은 도전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