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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반도체업계, 실리앞에 적도 아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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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반도체업계, 실리앞에 적도 아군도 없다

삼성·SK하이닉스, HBM 개발 TSMC와 협력…개발 비용·시간 줄이겠다는 의지 엿보여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클린룸에서 삼성전자 직원이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클린룸에서 삼성전자 직원이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가 신제품 개발을 위해 경쟁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 사업 전선에선 경쟁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호황을 맞이한 반도체 특수를 놓치지 않겠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의지가 엿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와 손잡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협력한다. 3일 대만에서 개최된 ‘세미콘 타이완 2024’ 행사에서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다른 파운드리 기업 등과 협업해 20개가 넘는 맞춤형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일 TSMC 관계자가 삼성전자와 협력해 HBM제품을 공동 개발중이라고 밝혀 삼성전자와 TSMC가 HBM개발에 협력한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삼성전자가 HBM개발을 위해 TSMC와 손잡은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부문에서 선두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TSMC가 61.7%로 1위, 삼성전자는 11.5%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부문을 보유한 상황에서 TSMC와 협력한다는 점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제품개발에 필요한 기술이 있다면 경쟁사와의 협력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HBM분야 1위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HBM4 개발을 위해 TSMC와 손잡았다. 김주선 SK하이닉스 인공지능(AI)인프라 담당(사장)은 4일 "베이스다이에 로직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하는 HBM4는 TSMC와 협업을 통해 생산할 예정“이라면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협력을 바탕으로 12·16단 HBM4 제품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독점공급하고 있는 HBM3E. 사진=SK하이닉스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독점공급하고 있는 HBM3E. 사진=SK하이닉스


국내기업 뿐만 아니라 해외기업도 경쟁사와의 협력을 타진하고 있다.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반도체기업 인텔도 파운드리부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최신제품을 삼성 파운드리에 맡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1년 인텔이 공개적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파운드리 2위를 차지하겠다고 밝혔던 점을 감안하면 적에게 자사제품의 생산을 의뢰한 셈이다.

반도체기업들이 경쟁을 펼치면서 제품개발에 협력하는 투 트랙 전략을 전개하는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이 자리잡고 있다. AI 기술을 계기로 호황에 접어든 반도체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 AI에 필수적인 HBM부문은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HBM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이미 내년까지 HBM제품이 품절됐을 정도다.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고 지속적인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품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축소가 필수적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경쟁사들과 서슴없이 손잡고 제품 생산이나 개발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습득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면서 “공동개발이나 협력하게 되면 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