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기준, TSMC는 시장 점유율 62.3%를 기록하며 2위 삼성전자(11.5%)와의 격차를 50%포인트 이상으로 확장했다. 이 격차는 2023년 1분기보다도 더 벌어진 것으로, TSMC가 반도체 업계에서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TSMC는 올해 2분기 매출에서 AI 반도체 점유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 52%에 달했다. 이는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TSMC가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비교해 2위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도 불구하고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 2분기 매출이 38억3300만 달러(약 5조1300억원)로 전 분기 대비 14.2% 증가했으나, TSMC의 매출(208억1900만 달러)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삼성은 TSMC에 비해 모바일 비중이 높고 고성능컴퓨팅(HPC) 분야에서의 매출 비중이 낮은 것이 격차의 원인 중 하나다. 실제로 TSMC의 HPC 매출 비중은 52%에 달하지만, 삼성전자는 19%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첨단 패키징 기술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도입한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징(FO-PLP)' 기술은 기존 웨이퍼 대신 직사각형 인쇄회로기판(PCB)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최근 TSMC의 패키징 기술인 'CoWoS'가 병목현상을 겪으면서 삼성전자의 FO-PLP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을 빠르게 안정화시키고 고객사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삼성전자에게는 큰 과제로 남아 있다.
한편, 인텔은 TSMC와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더욱 고전하고 있다. 2021년 취임한 패트 겔싱어 CEO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2030년까지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텔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텔은 2024년 1.8나노미터(㎚) 공정 개발이 지연되며 고객사인 브로드컴의 반도체 제조 테스트에 실패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으로, 업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인텔은 최근 첨단 패키징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텔은 올해 2나노미터(㎚)급 공정은 포기하고, 1.8나노 및 1.4나노급 공정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인 '하이-NA EUV'를 업계 최초로 도입한 점은 인텔이 향후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겔싱어 CEO는 "2027년에는 반도체 시장에서 긍정적인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며 재무구조 개선과 수익성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TSMC와 삼성전자는 이미 수십 년간의 파운드리 경험을 바탕으로 고급 공정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지만, 인텔은 아직 이들에 비해 양산 경험이 부족하다. 더불어 인텔이 향후 파운드리 사업을 매각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인텔의 반도체 제국 재건 계획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TSMC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인텔이 각각 첨단 패키징 기술과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TSMC의 아성을 넘어서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공지능(AI) 제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TSMC는 AI 반도체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빅테크들의 협력 요청도 줄을 잇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