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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경영 능력'·'갈등 시작'서 날 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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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경영 능력'·'갈등 시작'서 날 선 공방

고려아연 "장형진 영풍 고문 경영 문제 많아"
영풍 "잘못된 투자로 고려아연 망가지고 있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각 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각 사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고려아연과 영풍·MBK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양 측은 '경영 능력'과 '갈등 시작점' 등 2가지 부분에서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경영 능력 자질 부족


29일 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서로에 대해 "고려아연을 이끌 경영 능력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며 경영 정상화 또는 기업 경쟁력 악화를 막기 위해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방어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고려아연은 영풍이 고려아연의 경영 정상화를 언급한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운영하는 봉화 석포제련소의 경우 대표이사 구속, 제련소 조업정지 소송, 공장 가동률 50%대 추락, 오너 일가의 무책임 경영 등 종합 부실 제련소로 악명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밝혔다.

실제 석포제련소는 최근 10년간 55회에 걸쳐 76건의 환경법령 위반사항 적발과 25건의 고발 조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영풍 실적이 좋지 않은 것도 지적했다. 영풍은 지난해 기준 169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431억원의 손실이 났다.

반면 영풍은 SM엔터 시세조종 관여 의혹, 이그니오 고가매수 의혹 등을 제기하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 자질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의 잘못된 투자로 고려아연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 영풍 측 주장이다. 구체적인 예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펀드 투자, 미국 전자폐기물 처리업체 이그니오 인수, 여행상품 플랫폼 기업 타이드스퀘어 등이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친구 회사에 6000억원 가까이 돈을 몰빵한다든지 완전 자본잠식이 된 이그니오홀딩스 전자 폐기물 수집상을 5800억원에 인수했다"며 "원아시아파트너스펀드의 투자는 이사회 결의를 거친 적이 없고 (저는) 몰랐다"고 밝힌 바 있다.

서로 다른 갈등 시작


양 측은 갈등의 시작점도 다르게 봤다. 우선 영풍은 2022년 최 회장이 부임한 이후 갈등이 시작됐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2022년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였다. 영풍이 '무차입 경영'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을 해왔던 것과는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을 3대 신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현대차, 한화그룹, LG화학 등 다른 대기업들과 유상증자 또는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투자 자금을 확보했다. 이 결과 한화그룹은 7.75%, 현대차그룹은 5.05%, LG화학은 1.89% 등의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으로서는 최 회장의 이런 경영 행보를 이해하지 못했고 탐탁지 않아 했다.

강성두 사장은 "최 회장은 대표이사로 취임 후 2022~2023년 2년 동안 한화 등 국내외 기업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또는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무려 16%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켜 기존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모든 주주들의 소중한 자산인 고려아연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입장이 다르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 측 갈등 원인의 시작은) 4~5년 전"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언급한 이때는 영풍 석포제련소에 환경오염 문제가 드러났을 때다. 특히 영풍이 산업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석포제련소에는 50년 동안 제련업을 하면서 쌓인 폐기물 저장소가 있다. 저의 경험으로 보건대 약 70~80만t의 폐기물이 저장되어 있었다"며 "당시 장형진 고문께서는 이 문제를 고려아연 온산 제련소에서 해결하고 싶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의 공장 폐기물을 우리가 받아서 온산 제련소를 석포 제련소의 폐기물 공장으로 할 수 없었다. 이는 국가적 재앙이고 손해"라며 이를 막은 것이 최윤범 회장이다. 그때부터 갈등이 시작됐고 (둘의) 관계가 틀어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갈등의 요소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