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계룡시에 위치한 계룡대의 쭉 뻗은 활주로에 전투기가 이착율해야 할 평소모습과 달리 거대한 천막이 세워졌다. 투박한 천막 구조물은 평범하지만, 안에는 미래 전장 변화에 대비해 내로라하는 방산기업들이 연구해 온 장비와 기술들이 펼쳐졌다.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 2024)가 2일 계룡부대에서 개최됐다. 주최측인 육군협회는 전시 공간을 △기동 △화력 △항공·우주 △방호·대드론 △정보·지휘통제 △방호 △미래 △장병복지관 등 전장 기능별로 세분화했다. 각 기업은 중점을 두는 분야별로 배치됐다.
전시장 제일 안쪽에 자리한 기동 분야에선 기아와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 현대자동차그룹의 방산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이 전술차량 등 차세대 전장 기동 장비를 전시했다. 기아는 세계 최초로 수소 경전술차량(ATV)과 중형표준차 5톤(KMTV)을 공개했다. 수소 ATV는 차체가 가벼운 느낌을 풍겼다.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해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보다 발열과 소음이 작아 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적다. 중형표준차 5톤은 험난한 주행 환경에서도 뛰어난 기동성과 수송 능력을 발휘한다.
현대위아는 기아의 경량 전술차량에 장착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화된 원격사격통제체계(RCWS)와 드론을 식별해 무력화하는 대드론 체계(ADS)를 공개했다. AI는 표적을 알아서 식별해 차량 탑승자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현재 군부대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며 “군 당국의 의견 수렴을 거쳐 보완해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곡사포 무게를 줄이고 자동사격통제장치를 보완한 경량화 105밀리미터(㎜) 자주포 실물을 선보였다.
현대로템이 자신있게 선보인 장비는 성능개량형 K2전차 ‘K2 PIP MBT’와 무인지상차량(UGV) 'HR-셰르파'(SHERPA)다. K2 PIP MBT는 한국의 주요 전력인 K2 전차에 드론을 무력화하는 재머(Jammer)를 다는 등 외부 공격으로부터 승무원을 보호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HR-셰르파는 AI와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해 다양한 군사임무를 수행한다. 차세대 장비 모습도 공개했다.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는 다족보행로봇(HR-Q)은 작동을 시작하자 안정적인 자세로 전시장 곳곳을 이동했다.
화력 분야에서 두드러진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한화 방산3사였다. 이들은 화약 제조업을 모태로 성장한 기업답게 광범위한 사거리의 무기 체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더해 한화 역시 드론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대드론방어체계를 선보였다. 이를 통틀어 ‘다층 방어 설루션’으로 불렀다. 부스 전면부의 한켠에는 한화의 방어체계로 타격을 입은 드론 하나를 놓아 다층 방어 설루션의 위력을 돋보이게 했다.
타격을 가하는 장비뿐만 아니라 레이더 등 탐지에 필요한 기술도 돋보였다. 한화시스템은 전투기 레이더가 전파 정보를 송·수신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모듈을 전시했다. 한화시스템은 송신 장치와 수신 장치를 하나로 합친 ‘질화갈륨(GaN) 반도체 송수신 모듈’을 개발했다. 송신기와 수신기를 따로 두는 기존 방식과 달리 둘을 하나로 합친 송수신기는 고장으로 인한 차질 우려가 적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람 주먹만 한 벽돌 형태의 모듈은 상용화 단계에 이르러 운용 중인 전투기에 장착됐다. 한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타일 형태의 더 작은 모듈과 무인기용·다목적 감시용 능동형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개발해 비행시험을 준비 중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GaN 반도체 송수신 모듈과 이를 적용한 AESA 레이더는 성능이 충분히 검증됐다”며 “기능은 그대로에 크기를 소형화한 반도체 모듈과 AESA 레이더도 비행시험 단계를 금방 통과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화가 드론 방어 전력을 선보였다면, 풍산은 드론을 이용한 화력 장비를 공개했다. 초소형 지능형 드론과 자폭형 드론, 다목적 전투드론, 정찰 드론에 다는 투하공격 모듈 등 종류가 다양했다. 풍산의 공격용 드론은 다른 용도의 드론과 겉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한켠에 전시된 투하 실험 결과물은 드론의 위력을 실감나게 했다. 풍산의 다양한 드론 공격 모듈은 두꺼운 물체를 200밀리미터가량 파고들거나 단단해 보이는 철판을 관통했다.
항공 분야에 간판을 내건 LIG넥스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한항공은 자사의 다양한 비행 전력을 모형으로 소개했다. LIG넥스원은 △스마트 무장 △드론 종합 솔루션 △수상 유·무인복합체계 무인수상정 ‘해검-3’ △유도무기 ‘비궁’ △AI 기반 지휘통제체계 등을 전시했다. KAI는 수리온과 LAH 등 헬리콥터와 유무인 미래 무기체계를 선보였다. 특히 수리온에 실제로 탄 것 같은 시뮬레이션 경험을 방문객에게 제공했다. 대한한공은 특수작전용 헬기 UH-60과 대한항공만의 무인항공기(UAV) 시리즈를 전시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