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재계에 따르면 1949년 장병희 회장과 최기호 회장이 창업한 영풍그룹은 크게 세 번의 지배권 경쟁을 겪었다. 먼저 첫 번째는 1993년에서 1996년 최기호 공동 창업주 장남이자 최윤범 회장 부친인 최창걸 당시 고려아연 회장(현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주도해 벌인 분쟁이다.
이에 영풍 경영을 맡고 있던 장씨 가문이 대응 차원에서 영풍 측 계열사를 통해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다시 일정 수준의 지분 격차를 유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양 가문의 지분율 차이는 1996년 장씨 가문 47.57%대 최씨 가문 40.20%로 다시 벌어졌다. 결국 최씨 가문이 촉발하면서 시작된 영풍의 지배권 경쟁은 양측의 장내 지분 매집으로 인해 주가만 올라갔을 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
당시 데이비드 최 씨는 2005년 서린상사(현 KZ트레이딩)와 부친 최창걸 회장의 영풍정밀 지분을 장내에서 매수해 최대 주주 지위에 오른 뒤 지속해서 지분을 늘려왔다. 2009년 3월 영풍정밀 지분 구조는 데이비드 최 23.94%, 나머지 최씨 가문 측 26.94%, 장씨 가문 측 23.79%였다. 최 씨 측 지분 가운데 영풍정밀의 실제 경영을 맡고 있던 최창규 회장(당시 부회장) 지분율은 4.44%에 불과했다.
당시 영풍정밀의 최대 주주였던 데이비드 최 씨는 주주총회에서 일반적인 이사회 추천이 아닌 주주제안권을 통해 본인을 이사로 셀프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나머지 최씨 가문과 장씨 가문 측의 반대로 데이비드 최 씨의 영풍정밀 경영권 장악 시도는 불발됐다.
세 번째 지배권 경쟁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분쟁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지배권 경쟁도 최씨 가문이 촉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윤범 회장이 2022년 8월 한화의 해외 계열사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을 시작으로 우호 세력 확보에 나선 것이 분쟁 시작점이 됐다. 이에, 영풍은 최 씨 측이 동업 정신을 파기했다고 판단,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지배권 강화를 통한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영풍 관계자는 "두 가문에 의한 경영 시대를 마무리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고려아연에 주식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선진 거버넌스 체계를 도입하고자 한다"며 "임직원들의 고용과 수익성이 검증된 신성장 사업 추진, 국가 산업 발전 및 지역 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