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부진한 경영 실적을 보인 국내 동박업계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원가 상승 부담까지 더해진 것이다. 업계는 제품군을 확대하거나 해외 공장 가동에 속도를 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용 평균 전기요금은 지난달 24일 기준 1킬로와트시(kWh) 당 165.7원에서 181.8원으로 9.7% 올랐다.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올랐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3년 동안 7차례 올랐다.
이에 국내에 생산 거점을 둔 SK넥실리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동박 업체들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원가 부담을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동박 제조 원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전기세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국내, 해외에 따라 요금이 다르지만 평균 20~30%가 전기요금일 것으로 보고 있다.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에 쓰이는 얇은 구리막을 말한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요금이 약 10% 올랐다. 전기를 주원료로 하는 저희나 배터리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있다"고 말하며 전기세 인상에 대한 부담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IT용 회로박, AI가속기용 초저조도박 등을 통해 수익성 회복을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고 덧붙였다.
SKC도 전북 정읍 공장 가동률이 낮아 요금 인상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말레이시아 공장 램프업(생산량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최근 몇 년간 많이 올라 (동박 업체들) 수익성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해외 사업장에서 수익성을 챙기는 모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