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공동 대표 체제를 부활시키며 정유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오일뱅크 살리기에 나선다. 재무통인 송명준 HD현대 재무지원실 부사장과 정임주 HD현대오일뱅크 안전생산본부장이 회사를 이끈다. 2021년 강달호 부회장과 주영민 사장 체제 이후 2번째 '투톱 체제'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으로 실적 부진에 빠진 HD현대오일뱅크가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HD현대는 올해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 중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2021년부터 회사를 이끈 주영민 사장이 물러나고 송명준 HD현대 재무지원실 부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또 HD현대오일뱅크 안전생산본부장인 정임주 부사장을 송명준 사장과 함께 공동 대표 이사로 선임했다. 공동 대표 체제는 강달호 전 부회장·주영민 사장 이후 3년 만이자, 2010년 당시 현대중공업이 오일뱅크를 인수한 이후 2번째다.
사장으로 선임된 송명준 사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에서 재무와 사업 기획을 담당했던 소위 '재무통'이다. 재무 관련 전문가를 HD현대오일뱅크 수장 자리에 앉힌 것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회사를 이끈 문종박 사장 이후 처음이다. 공동 대표로 선임된 정임주 부사장은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생산공정과 기술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현대케미칼 대표 등을 거친 '현장 전문가'다.
이런 인사는 HD현대오일뱅크의 현재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3분기 미국 경기 둔화와 중국 수요 감소에 따른 유가 하락 등으로 2681억원의 영업손실이 나면 1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11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142억원)보다 82% 떨어졌다. 회사 재무 건전성도 좋지 않다. 3분기 연결 기준 부채는 13조4683억원이다. 부채비율은 230.7%에 달한다. 순차입금은 7조3562억원으로 순차입금 비율은 126.0%다. 재무 전문가송명준 사장의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HD현대 관계자는 "미국 대선 이후의 경영환경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국제정세의 변화, 유가 및 환율 변동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해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며 "조직문화 혁신과 원가절감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 다양한 경영개선 노력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