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고려아연 분쟁①] 전구체 기술 국가핵심기술 지정...더 설자리 없어진 영풍·MBK

글로벌이코노믹

산업

공유
0

[고려아연 분쟁①] 전구체 기술 국가핵심기술 지정...더 설자리 없어진 영풍·MBK

이르면 12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개최 예상
영풍 석포제련소 2개월 영업정지로 경영 능력 의문
정부 고려아연 전구체 기술 국가핵심기술로 지정
고려아연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 새 국면 맞아"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왼쪽)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9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왼쪽)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9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영 능력'과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2개월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 영풍과 기술 유출 우려가 예상되는 MBK에 고려아연 경영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보유한 이차전지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최 회장 측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태며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 측과 최 회장 측 간 경영권 분쟁은 이르면 12월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양 측 모두 고려아연 지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누가 더 경영 능력이 뛰어난가"를 두고 주주들의 표심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영풍 측은 고려아연 지분 39.83%를, 최 회장 측(우호 지분 포함)은 34.65%를 가지고 있다.
경영 능력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거치면서 재무 구조 악화는 물론 이로 인해 미래 신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영풍측과 최 회장측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차입을 통해 마련했다.

업계는 이런 중요한 국가기간산업을 영풍과 MBK가 이끌어 꾸준히 성장시킬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영풍은 여러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영풍 석포제련소는 최근 10년 동안 환경 관련 법을 120여차례 위반했다. 또 90차례가 넘는 행정처분을 받았다. 최근에는 석포제련소가 폐수 유출 등을 이유로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매각할 수 있다는 일각에서의 지적도 여전히 제기된다. 이는 사모펀드가 회사를 경영해 꾸준히 성장시키기보다는 단기 수익 실현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철금속 제련업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MBK도 고려아연 경영권을 얻기 위해 빚을 내 투자를 한 것"이라며 "결국엔 단기 수익성을 위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고려아연이 가진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것도 최 회장 측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이번에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은 고려아연 기술은 '리튬이차전지 니켈(Ni) 함량 80% 초과 양극 활물질 전구체 제조와 공정 기술'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산업통상자원부와의 협의를 통해 두 분야 기술 판정에 대한 신청서를 지난 9월 제출했다.

업계는 이번 정부의 판단으로 최 회장이 이번 경영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보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 제11조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12조에 따라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해외 인수합병, 합작 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MBK가 구상하고 있는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 계획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MBK와 벌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며 "최근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모두 국내 기업에 매각된 점을 고려하면 고려아연의 해외 매각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