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ABC(AI·바이오·클린테크)분야에서 전체 신규 임원의 23%인 28명을 발탁해 안정속 쇄신의 의지를 내보였다. 특히 전문성과 수평적 리더십을 갖춘 1980년대생 임원도 3명 신규선임해 젊은 조직으로 변화도 추구했다. 전체 승진 인원은 지난해 139명 대비 감소한 121명이다. 이중 신규 임원은 86명으로 LG그룹은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임원 조직을 슬림화해 구조적 경쟁력 강화의 기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4대그룹 중 가장 먼저 인사를 실시한 현대차그룹은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사장)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을 최고경영자(CEO)에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장 신임 부회장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현대차의 최대 실적을 이끈 점을 높이 평가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2019년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 겸 미주권역담당으로 합류한 이후 북미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높은 성과에 관례를 깨고 사장에 임명되면서 대표적인 신상필벌의 케이스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대외협력·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홍보·PR 등을 총괄하는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 성 김 현대차 고문역을 사장으로 임명해 트럼프 2기 집권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성 김 사장은 미국 외교 관료 출신 전문가로 주한 미국 대사,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외 최준영 기아 국내생산담당 및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 부사장과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부사장)은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달 인사에 나설것으로 예상되는 삼성과 SK그룹은 올해 실적이 좋다고 할 수 없어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삼성은 주력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DS)사업에서 실적 악화와 경쟁력 저하로 위기상황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임명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외 대부분의 임원진이 교체될 것이라는 의견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위기 상황 돌파를 위한 조직 재정비 여부와 정현호 사업지원TF장의 거취 등이 주요 관심사다.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추진중인 SK그룹은 지난해 말 219개였던 계열사를 연말까지 10% 이상 줄이고 사별 임원 규모도 20% 이상 감축한다는 방침에 따라 강도 높은 인사가 예고된다. 조기 인사를 진행한 SK에코플랜트, SK지오센트릭 등이 임원 수를 줄인만큼 슬림화를 통한 조직 효율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최대실적을 기록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의 승진 가능성 등이 관심을 모은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임원 조직도 기업의 의사 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하면서 인사 형태도 변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