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며 반도체 부문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지속하고 있다. 십수 년 전 비주류였던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배터리 사업에 꾸준히 투자하며 지금의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경쟁력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글로벌 경영 리더십이 재계에서 주목받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HBM이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2013년 1세대 HBM이 개발됐지만 이렇다 할 매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당시 개발을 주도했던 손호영 어드밴스드 PKG개발 부사장은 "당시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개발에 힘썼다"며 "수많은 시행착오와 위기를 전환점으로 삼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온 덕분에 지금의 5세대 HBM3E와 어드밴스트 패키지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전망도 밝다. 반도체 업계에서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도 최 회장의 안목이 빛을 발한 사업이다. 1996년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을 시작한 SK그룹은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SK온 배터리가 들어가지 않은 전기차를 더 찾기 힘들 정도다.
현재 SK온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SK온은 2012년 세계 최초로 니켈코발트망간(NCM) 622(니켈 60%, 코발트 20%, 망간 20%) 배터리를 개발해 2014년 양산에 들어간 이후 2016년 NCM 811, 2019년 NCM9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난해 미국 유력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이 발표한 세상을 바꾸는 혁신기업 명단에서 1위를 차지한 것과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미국 최고 권위 발명상인 에디슨 어워즈에서 2년 연속 수상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이 같은 성과는 최 회장의 뚝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 회장은 2011년 6월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을 방문해 "모든 자동차가 SK 배터리로 달리는 그날까지 배터리 사업은 계속 달린다"며 "나도 같이 달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최 회장의 안목과 투자로 SK그룹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최 회장이 취임했던 1998년 당시 SK그룹 매출은 37조4000억원, 순이익은 10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각각 200조9620억원, 6590억원으로 성장했다. 매출은 437%, 순이익은 559% 늘었다. 최 회장의 뛰어난 안목과 결심이 특정 사업의 성공은 물론 그룹 전체의 성장도 함께 이뤄낸 것이다.
김정희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