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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2년전 '고려아연 비밀유지계약' 조항 어겼나…NDA 계약서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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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2년전 '고려아연 비밀유지계약' 조항 어겼나…NDA 계약서 뜯어보니

고려아연과 맺은 비밀유지계약 5월 종료
끝나자마자 적대적 인수합병 준비 의혹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왼쪽)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9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왼쪽)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9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과 체결해 올해 5월 종료된 신사업 관련 핵심자료들의 ‘비밀유지계약(NDA)’ 조항이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와 고려아연의 비밀유지계약 체결이 종료된 시점은 올해 5월이다. MBK는 과거 고려아연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재정적 지원을 도울 후보군으로서 고려아연으로부터 여러 기밀 자료를 넘겨받고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 체결일은 2022년 5월 17일로, MBK는 그로부터 2년 동안 기밀 유지와 함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20개 조항 내용에 서명했다. 하지만 MBK는 비밀유지계약이 종료된 지 석 달여 만에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선언하면서 시장의 의심을 받게 됐다.
금감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MBK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한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한 건 9월 12일이다. 수조원대 자금이 투입되는 M&A 작업에 대한 검토를 넘어 복잡한 경영협력계약까지 체결하고 수조 원의 차입금을 빌리는 것을 불과 석 달여 만에 끝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 것이다. 결국 MBK가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영풍과 ‘적대적 M&A’ 시도를 시작했을 거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가장 큰 논란은 비밀유지계약상 제8조다. MBK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포함해 경영을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에도 서명했다. 계약 8조에 따르면 정보수령자(MBK)는 정보 제공자(고려아연)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주식 또는 지분을 매입하거나, 사업 결합과 합병, 적대적 인수 등을 제안하거나, 경영을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돼 있다.
설사 MBK가 관련 논의나 협의를 계약 종료 이후에 시작했다 하더라도 해당 계약이 종료된 지 불과 석 달여 만에 계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를 한 점 역시 도덕적으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계약 9조도 논란이다. 9조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의 임직원은 물론 주요 고객, 주요 공급자와의 논의나 협상 등을 해당 기간 동안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최근까지 거래관계를 유지해왔고 고려아연이 영풍으로부터 연간 1000억원이 넘는 특정 품목들을 공급받아 온 만큼 해당 조항을 명백히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MBK는 위 조항이 담긴 계약서 내용에 서명하면서, 계약 위반 시 손해배상을 넘어 법적책임까지 감수하겠다는 데 동의했다"며 "MBK는 계약 위반에 따른 특정 이행이나 금지 명령에 따라야 한다. MBK의 비밀 유지 계약 위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MBK 측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날 MBK는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참여한 MBK 파트너스 ‘바이 아웃’ 부문은 2년 전 고려아연 투자 검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고려아연 측에서 ‘비밀유지계약서(NDA)’ 조항까지 운운하며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년이나 지난 정보를 전혀 연관이 없는 투자 운용 주체가 공개매수를 위해 어떻게 활용했다는 주장인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