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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된 탄핵 재계 리스크] "미래 계획 무너졌다"…사업 추진 발목 잡힌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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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된 탄핵 재계 리스크] "미래 계획 무너졌다"…사업 추진 발목 잡힌 산업계

비상계엄에 탄핵 정국 이어지며 시장 불확실성 커져
두산 외부 환경 변화로 주가 하락해 구조 개편 철회
정부 간 협상 중요한 방위산업 수출 등 악영향 우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내 산업계가 최근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에 올스톱 상태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탄핵 정국에 따른 불안한 자본시장 상황으로 주가가 하락하며 추진하고 있는 사업구조 개편을 접었다. 정부 간 협상이 중요한 방산업계는 수출 등에 악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외신들도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전날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사업구조 개편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두산에너빌리티가 12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분할·합병안 의결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전격 취소했다.

지배구조 개편안 추진 철회는 비상계엄 등 불확실한 정국이 확산하며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인수 가격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실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3일 주당 2만1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비상계엄 이후 내리막길을 탔다. 4일에는 1만9000원, 5일에는 1만8690원, 10일에는 1만7190원까지 떨어졌다. 두산로보틱스는 같은 기간 6만5200원에서 5만800원까지 하락했다.

이는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을 높였다. 두산으로서는 분할·합병에 대한 비용이 커지며 부담인 상황이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최근 갑작스러운 외부 환경 변화로 촉발된 시장 혼란으로 인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임시주총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과 정부 간 또는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체결되는 것이 일반적인 방위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직간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장기화될 경우 향후 수출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방산이라는 것은 정부가 보증해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정부 리더십이 실종됐다. 장기화되면 방산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른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영향을 받는 것은 없다"며 "그래도 조기에 상황이 정리됐으면 한다"고 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스크를 조기에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그래야 바이어들, 정부를 상대로 협상이나 신규 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다"며 "방위산업 특성상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내 K2 전차 추가 수출분 계약을 마무리해 140억~150억 달러 규모 방산 수출을 달성해 현재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반도체도 영향권이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모리스창 TSMC 창업자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한국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삼성전자는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보조금과 정책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비상계엄 등 정국 혼란으로 인해 지원 법안 추진이 멈춰 선 것을 비판한 것이다. 실제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정부·여당과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특별법 처리는 불투명하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정치가 안정되어 한국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경제에서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