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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무정부, “삼성·SK하이닉스 빼고 다 받았다”…美 반도체보조금 수령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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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무정부, “삼성·SK하이닉스 빼고 다 받았다”…美 반도체보조금 수령 ‘안갯속’

마이크론, 美 행정부로부터 61억6500만 달러 보조금 지급 확정
삼성·SK하이닉스, 협상 진행 중…다음달 트럼프 집권 전까지 협상 서둘러야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보조금을 확정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경쟁 기업들은 모두 미국 정부의 반도체보조금 수령을 확정하면서 양사는 물론 우리 정부가 나서서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탄핵 정국으로 인해 우리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해 61억65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칩스법(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것으로 마이크론은 뉴욕주와 아이다호주에 총 1250억 달러를 투자해 약 2만 개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에 반도체 관련 시설을 건설하는 기업에 각종 세제 혜택과 직접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발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경쟁 기업들은 모두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지급을 확정 짓게 됐다.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 대만의 TSMC는 지난달 중순 미국 상무부로부터 반도체 지원금 66억 달러 지급을 가장 먼저 확정 받았다. 뒤를 이어 인텔도 11월 말 78억65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약속 받았다.

남아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중 마이크론마저 보조금 지급을 확정 지으면서 국내 기업들만 지원금을 확정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TSMC △인텔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미국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수령하게 되면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미국 행정부의 보조금 지급 확정 데드라인이 사실상 올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은 다음 달 20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만큼 보조금 정책이 축소·폐지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바이든 정부와 예비거래각서(PMT)를 체결하고 각각 64억 달러와 4억5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확정 받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임기를 마치기 전 모든 반도체 보조금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바이든 행정부 중 보조금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의 보조금 지급 결정이 지연되는 이유로 속도 조절에 나선 삼성전자의 투자전략이 지목된다. 당초 삼성전자는 테일러팹(Fab)의 가동을 2024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파운드리 사업부의 상황 악화로 공장 가동 시점을 2025년으로 연기했다가 2026년으로 재조정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도 보조금 지급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새롭게 구성될 한국 정부와의 협상카드로 반도체 보조금 문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는데다 정국이 어려워지면서 환율이 상승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국내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더 많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