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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탄핵] 계엄 선포 11일 만에 '불확실성' 일단락…이제 큰 산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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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탄핵] 계엄 선포 11일 만에 '불확실성' 일단락…이제 큰 산 넘었다

탄핵소추안 14일 찬성 204표로 국회 본회의 통과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 산업계 혼란 휩싸여
정치적 불확실성 일단 해소로 기업들 안도감 커져
국정 공백으로 인한 기업 경영 상황 여전히 불투명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촛불집회에 수많은 시민이 모여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촛불집회에 수많은 시민이 모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에 드리운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단락됐다.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우리나라 산업계를 혼란에 빠뜨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문턱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나오고 조기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국정 공백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전날(14일) 재적 국회의원 300명 중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를 얻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은 즉시 정지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았다. 한 권한대행은 "국민께서 불안해하시거나 사회질서가 어지럽혀지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 체제로 넘어가면서 약 2주간 우리나라 산업계에 드리운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차 계엄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산업계는 큰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반도체법과 예산안 등 경제 의제 논의가 뒤로 미뤄진 것은 물론 경제 지표가 악화했다.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6.5원까지 치솟았다. 원유 등 원자재를 수입하는 정유업계를 비롯한 주요 제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

주식 시장도 흔들렸다. 4일 이후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총 144조원 증발했다. 코스피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보다 큰 시총이 날아간 셈이다. 주가 하락으로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철회했다. 정부 지원과 역할이 중요한 석유화학, 철강, 방산 업계도 비상계엄과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당시 주요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탄핵이든 뭐든) 얼른 불확실성이 해소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계는 '큰 산'은 넘었지만 여전히 기업 경영 상황이 불확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과 이후 이어질 조기 대선 등 여러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국회가 넘긴 탄핵안을 받아 최장 180일 동안 심리한 다음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을 내린다. 이후 헌재가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르면 내년 4월, 늦으면 8월이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는 것을 전제로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면 이전 정부의 경제 정책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기업 경영 환경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당분간 투자를 뒤로 미룰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시계 제로(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인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과감하게 투자를 하겠냐"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컨트롤 타워가 부재인 상황"이라며 "외교, 통상, 산업 부문 등이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당장 다음달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제대로된 대응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IRA 폐지 또는 축소를 시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내달 트럼프 2번째 행정부가 출범한다. 한국과 미국의 협상 테이블에 IRA 등 올라갈 사안들이 많은 상황에서 발생한 리더십 공백"이라며 "누가, 어떻게 미국과 대화하고 협상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기업들의 불안감을 커질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후의 결정타, 견딜 수 없는 마지막 한계를 말하는 '마지막 지푸라기가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다'라는 속담이 있다"며 "우리 경제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