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부터 통상임금 범위 재정립까지 잇따른 움직임에 재계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탄핵사태로 불안한 국내 상황과 불확실한 대외 환경까지 겹치면서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최근 근로자가 받는 수당과 퇴직금을 정하는 기준인 통상임금의 요건에서 ‘고정성’ 기준을 빼면서 조건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인건비 증가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과 한국경제인협회는 2013년부터 정립된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이번에 바뀌면서 산업 현장과 노사관계에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했을 때 기업이 추가로 부담할 인건비를 연간 6조7889억원으로 추정하면서 부진한 경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재무적 부담은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도 재계의 걱정거리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지난 19일 국회 토론회에서 “상법이 개정되면 관련 판례가 정립될 때까지 사회적, 경제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올리는 것이 주식시장 활성화의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정치권과 재계가 모여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은 투자로 돈을 벌 뿐만 아니라 생산성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국가 경제의 엔진”이라며 “기업 세제와 규제를 글로벌 평균 수준에 맞추지 않으면 자유무역 개방 경제 체제 속에서 기업은 경영 환경이 더 좋은 해외로 자본 투자를 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산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오는 30일 상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법과 통상임금 문제는 새로운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불안한 정치적 상황까지 겹치면서 기업은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