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사들의 방한과 방산기업 방문이 줄줄이 취소되고 계약 연기 조짐이 보인다. 미국 함정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는 미국 조선업 강화법안 발의로 한숨을 돌렸지만 군함 수주 등의 작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 방산기업들의 큰손인 폴란드에서부터 우려가 시작되고 있다. 현대로템이 폴란드 정부와 K2 전차 2차 계약을 올해 안에 맺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로템은 세부 협상이 길어지면서 당초 예상보다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일부에서는 혼란한 정국이 문제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지난 5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면담하고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과 비공개로 면담할 예정이었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방산업계 호재가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이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한국에 대한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트럼프 당선인과 접촉하려고 분주하지만 한국은 한미동맹 약화 우려를 수습하기에 바쁘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와 한국 정부 간 대화의 끈이 얇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방산시장을 둔 걱정은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함정 건조와 MRO를 맡길 조선소를 찾는 미국 해군이 한국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여러 차례 방문해 왔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MRO사업을 수주했고, 미국 내 필리조선소 인수까지 마쳤다.
하지만 정부의 물밑작업이 절실한 상황에 정부기능이 멈춰서며 방산 수주 외교도 멈출 우려가 커졌다.
일본 등 다른 동맹국과 경쟁에서 불리해졌다. 미국 상·하원이 자국 조선산업을 키우고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조선업 강화법안)을 발의했다. 동맹국과 조선업 부흥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조선업 부흥이 속도를 붙이면서 한국 조선사들의 기술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맹국에 기회를 뺏길 걱정부터 하는 것이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의 방산은 내수 중심의 산업이었으나 현재의 방산은 수출 비중이 높아진 글로벌 산업"이라며 "전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에 집중된 현시점에서 불안함에 기반한 관심인 것을 고려할 때 무기 체계 수출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승현·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