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와 닛산의 합병 추진은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면서 자동차산업이 100년 만에 한번 일어날 만한 변혁기를 맞은 상황에서 '메기'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동안 잠잠했던 규모의 경쟁이 다시 시작된다는 얘기다. 덩치가 큰 기업만이 결국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설될 지주사의 대표는 혼다 측이 지명하는 이사 중에서 선임된다. 양사는 지주사의 자회사가 되며 각각 상장도 폐지할 계획이다. 협상은 내년 6월 최종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양사의 자동차 브랜드는 남겨두기로 했다. 양사는 향후 합병 협상에 미쓰비시자동차의 합류도 열어두고 있다. 닛산이 최대 주주인 미쓰비시는 내년 1월 합류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2+1까지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7위 혼다와 8위 닛산이 합병하게 되면 전체 판매량 순위가 변하며 현대차그룹이 4위로 내려앉게 된다.
지난해 판매량 기준 혼다는 398만대, 닛산은 337만대를 팔았고 두 회사의 실적을 합하면 735만대로 현대차그룹(730만대)의 판매량을 넘어선다. 이를 두고 미래 차 후발 기업들의 '고육지책'에 가깝다는 평가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장기적인 경쟁자가 나왔다는 분석이 교차한다.
혼다와 닛산은 2020년 이래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를 비롯한 현지 업체에 밀려 부진한 성적으로 점유율이 꾸준히 영향력을 잃어갔다. 이는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혼다는 7월 중국 내 내연기관차 생산능력을 30%가량 감축한다고 밝혔다. 닛산은 세계 생산능력의 20%와 직원 9000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이번 합병 논의가 미래 차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시작된 만큼 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경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혼다와 닛산은 올해 들어 포괄적 업무제휴를 맺는 등 연합 관계를 꾸준히 구축해 왔고, 그러던 중 합병 추진까지 확정됐다.
혼다와 닛산의 합병 추진은 완성차 업계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며 자동차 산업이 변혁기를 맞았고,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아닌 전기차 전문 브랜드인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 등 해외업체와 기술 경쟁에서 밀리고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혼다와 닛산의 합병은 선두 주자 간의 전략적 협력이라기보다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며 "합병을 완성해도 두 회사의 라인업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