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사들의 한국 시장 공략 강화에다 국내 경기 하방 압력, 탄핵정국 장기화에 따른 내수경기 침체 가속화가 지속하면서 국내 가전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쳤다. 해외시장과 기업 간 거래(B2B) 비중 확대도 의미가 있지만 제품 고급화 전략과 구독모델 강화로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가전 판매 내수시장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반적인 내수 침체를 가전업계도 피하지 못한 것이다. 통계청이 정리한 서비스업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가전제품의 소매판매액지수는 계절조정지수 기준으로 87.7을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 2.77% 하락한 수치다. 이러한 하락세는 2022년 2분기부터 10분기 연속 이어졌다. 올해 들어 감소폭이 줄었지만, 판매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소매판매액지수는 2020년 소매로 제품을 판매해서 나온 매출을 100으로 둔다.
이러한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장기화 우려가 연말 소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보다 12.3포인트 줄어든 88.4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3월 18.5포인트의 낙폭을 보인 이후 최대 감소세다.
가전시장 침체의 또 다른 원인으로 2020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 때 가전업계가 누린 호황의 기저효과도 꼽힌다. 당시 가전 수요가 워낙 많았던 데다 최근 교체 주기가 장기화하고 경기 불황이 나타나면서 가전 내수시장이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기 침체가 나타났지만 비대면 활동이 늘어난 결과 신규 구매뿐만 아니라 조기 교체 수요도 나타나는 등 가전업계가 호황을 누렸다”며 “팬데믹 시기 이후 스마트폰을 비롯해 가전 교체 주기가 길어진데다 경기 침체가 겹쳐 수요가 줄고, 이후 회복될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청소기 등 중국 가전업계의 공습도 가전업계의 고민이다. 중국 가전기업 로보락의 로봇청소기를 국내에 유통하는 팅크웨어에 따르면 로보락 로봇청소기가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46.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가격 150만원 이상 고급 제품군은 시장의 65.7%를 차지했다. 프리미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서도 중국발 가격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는 해외 시장 확대와 B2B 사업 확장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전 이외의 사업으로 이미 B2B사업 비중이 크고, LG전자는 2030년까지 B2B 매출 비중을 45%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가전업계가 그간 추진해온 고급화 전략과 구독모델 확대로 내수 시장에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 경기 침체와 소비 감소 등 내수 부진 영향이 가전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한국 가전기업들은 우수한 기술 경쟁력으로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해 소비 여력이 있는 계층을 겨냥하고, 청년 등 비교적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소비자들을 위해 가전 구독 시장을 강화해야 내수 부진 타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