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미국의 조선·해운 분야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면서 대중(對中) 견제 구도에 참여하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조선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이 대중 견제의 핵심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중 견제 공급망이 만들어질 것이라면서도 중국 의존도가 상당하다는 점을 변수로 꼽았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차기 행정부와 입법부가 ‘조선업 부활’ 정책과 법안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상·하원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모여 미 조선업에 재정을 지원하고 국가 차원의 전략을 짜는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미 선박법)을 발의했다. 다음 달 20일(현지시각)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조선업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미국이 우방국 가운데 조선 기술을 보유한 한국에 손을 내밀면서 한국도 대중 해양패권 견제 구도에 합류할 여지가 커졌다. 조선 기술을 고도화하고 선박시장 점유율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해 군사적·경제적 해양 패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 미국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 20일(현지시각)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직후 한국을 콕 집어 조선업 분야에서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냈다. 미 선박법에도 우방국과 협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 조선사들은 특수선부터 상선까지 전방위적으로 협력할 교두보를 마련하는 대신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에 참여해야 한다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조선사들은 후판 등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원자재들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해도 점유율이 60%를 넘긴 중국을 겨냥해 엔진 등 핵심 기자재를 수출하는 전략도 영향을 받을 여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조선 분야에서도 궁극적으로 중국을 배제한 구도가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중국을 공급망에서 어떻게 배제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도 인공지능(AI)용 최첨단 제품과 제조 설비를 중심으로 대중 제재를 적용한 반면 범용 제품의 공급망에서는 중국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제조업 재건을 우선순위에 두므로 자동차와 반도체, 이차전지처럼 우방국과 손 잡고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이 궁극적으로는 갈 것”이라며 “(기존에 협력해온) 특수선 분야와 달리 LNG 같은 선박의 핵심 기술은 유럽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데다 범용 기자재를 중국에서 조달하는 산업 구조를 고려해 조선업 공급망 협력이 어떻게 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