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 20일 컨콜서 美 공장 투자 계획 밝혀
LS전선도 현지서 설비 투자…LS일렉트릭도 '러브콜'
구자은 LS그룹 회장 "미국은 우리에게 기회"
국내 전력 업계가 전력 수요 증가로 전력기기 수요가 많은 북미 지역을 주목하고 있다. 북미 지역 수요에 맞춰 생산 설비를 확대하고 이곳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여긴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미국 내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노후화한 전력 인프라를 시급히 정비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당분간 한국 전력업계의 북미시장 공략이 이어질 전망이다.LS전선도 현지서 설비 투자…LS일렉트릭도 '러브콜'
구자은 LS그룹 회장 "미국은 우리에게 기회"
2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이날 765킬로볼트(kV)급 초고압 변압기 생산 능력(캐파)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 울산 공장뿐만 아니라 미국 앨러배마 공장도 증설한다는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앨러배마 공장에 투자하는 금액은 1850억원이다. 765kV급 변압기는 미국에서 취급하는 최대 전압의 사양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생산 설비 증설 결정은 특히 미국 내 수요 증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전체 수주는 38억1600만달러(원화 5조5508억원) 가운데 46.3%인 17억6600만달러가 북미 지역에서 나왔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해도 올해 들어 수주가 줄어드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은 현재까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 CES 2025를 참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에서 출범해도 전선·전력기기 사업은 건재할 것"이라며 "그룹 전체적으로 미국시장은 우리에게 기회"라고 말한 바 있다.
전력 기업들의 북미 현지 생산 확대 '승부수'는 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지난달 단기 에너지 전망을 내놓으면서 올해 미국의 전력 수요가 올해 4조1650킬로와트시(kWh)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AI와 데이터 센터가 확대되는 데다 운송 분야의 전동화 움직임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력망이 노후하다는 점도 호재가 예상되는 이유다. 미국 정부는 낡은 전력망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망 교체에 나섰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 변압기의 70%는 25~30년 전에 설치됐다. 특히 최근 로스앤젤레스(LA) 대형 화재의 원인이 낡은 전력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미국 정부가 전력망 교체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각지에 흩어진 생산 공장들이 미국으로 되돌아오면 제조업의 전력 소비가 늘어난다”며 “AI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기조로 미국에서 전력 인프라 확충·정비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