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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의 AI매직 통했다”…SK하이닉스, 사상최대 영업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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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의 AI매직 통했다”…SK하이닉스, 사상최대 영업익 ‘기대’

지난해 4분기 매출 19조7000억원·영업이익 8조원 예상…전분기 대비 매출·영업익 13%↑
최태원 회장, SK그룹을 'AI토털 솔루션 기업'으로…핵심인 SK하이닉스의 HBM 경쟁력 강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SK 전시 부스에 마련된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SK이미지 확대보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SK 전시 부스에 마련된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회장의 고집스런 인공지능(AI) ‘매직’이 통했다. SK그룹 AI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치인 8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어려운 상황에서 AI를 앞세워 경쟁기업인 삼성전자를 2분기 연속 뛰어넘으면서 SK그룹 AI전략의 청신호가 켜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23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개최할 예정이다. 업계가 전망하는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은 매출 19조7000억원, 영업이익 8조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 8조원을 넘는 수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DRAM부문에서 7조4000억원, 낸드부문에서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데 이어 D램 B/G(메모리 출하 용량 성장률)가 5%이상 성장하고 평균판매가격(ASP)은 9%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13% 넘게 증가한 셈이다. HBM3E의 출하확대로 D램 부문 매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상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SK하이닉스의 높은 실적의 비결은 AI산업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은 HBM에 있다. 경쟁기업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시장기대치를 하회하는 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보다 4분기 영업이익이 하락한 이유로 ‘PC·모바일 중심 범용 제품 수요 약세’를 원인으로 꼽은 바 있다.
삼성전자가 원인으로 지목한 PC·모바일 분야에 사용되는 제품은 D램 제품이다. 양사 모두 D램을 주력상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율이 삼성전자보다 높다. 결국 HBM이 양사 매출의 희비를 가른 셈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SK AI서밋에서 공개한 HBM3E 16단 제품. 사진=장용석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가 지난달 SK AI서밋에서 공개한 HBM3E 16단 제품. 사진=장용석 기자


SK하이닉스의 HBM 강화전략에는 SK그룹 총수인 최 회장의 전략이 숨어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개최한 ‘SK AI 서밋 2024’에서 “SK는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의 구축 운영과 서비스의 개발까지 가능한 전세계에서 흔치 않은 기업”이라며 “SK와 파트너들의 다양한 솔루션을 묶어 AI 보틀넥(병목)을 해결하고 좀 더 좋은 AI가 우리 생활에 빨리 올 수 있도록 글로벌 AI 혁신을 가속화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SK그룹간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너지효과를 창출해 ‘AI토털 솔루션’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의 바탕에는 전세계 HBM시장 1등을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자리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SK하이닉스는 53%의 점유율로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38%의 점유율로 2위에 올랐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순위에는 변동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 회장은 행사때마다 HBM을 거론해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SK AI 서밋 2024에서 최 회장은 “엔비디아에서 HBM의 개발 속도를 당겨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고 있는 SK하이닉스만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전세계 AI시장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제품 공급을 위한 퀄테스트(품질검증)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최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전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2025에서도 “SK하이닉스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 요구를 넘기 시작했다”면서 “언제 뒤집힐지 모르지만 이제는 역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기술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개발 속도를 넘어섰음을 은근히 강조한 셈이다.

지난해 4월 최태원 SK그룹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최태원 인스타그램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4월 최태원 SK그룹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최태원 인스타그램


최 회장의 말처럼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인 HBM4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향 HBM4 공급을 위한 전담 개발팀을 꾸린데 이어 오는 6월 HBM4의 샘플을 고객사에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HBM4 양산을 위한 마지막 단계로 SK하이닉스가 HBM4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밀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피지컬 AI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젠슨 황이) 최근 발표한 코스모스 플랫폼을 앞으로도 같이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와 협력분야를 더욱 확대해 SK그룹의 AI 경쟁력 강화를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