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주총 예정보다 7시간 늦게 시작
최대주주 영풍 측 의결권 제한하며 승부수 둬
영풍 측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법적 대응 나서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이 웃었다. 최대 주주이자 경영권을 노리는 영풍·MBK파트너스의 의결권을 제한하며 목표로 했던 '집중투표제', 이사 수 상한 등 안건을 차례로 통과시키며 영풍 측의 이사회 진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영풍 측은 의결권 제한을 위법한 행위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최대주주 영풍 측 의결권 제한하며 승부수 둬
영풍 측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법적 대응 나서
고려아연 임시주총은 이날 서울 용산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렸다. 당초 오전 9시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중복 위임장이 다수 발견돼 약 7시간 늦은 오후 4시경 시작됐다. 늦어진 시간으로 인해 주주들의 불만도 속출했다. 한 주주는 "이렇게까지 오래 걸리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시간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이사 수 19명 이하 제한 등 최 회장 측이 제안한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집중투표제는 76.4%, 이사 수 제한 안건은 73.2%의 찬성표를 받았다. 지분 경쟁 그리고 최근 법원의 판단으로 경영권 분쟁 싸움에서 불리해진 최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영풍 측이 계획했던 이사회 진입을 통한 경영권 인수 계획은 무산됐다.
이날 임시주총에서 최 회장 측 안건이 다수의 찬성표를 받으며 통과된 것은 박기덕 의장이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 측의 의결권이 상법상의 이유로 제한해서다. 이로 인해 약 46.7%에 달했던 영풍 측 의결권은 15%대로 떨어졌다.
순환 출자 구조로 인한 의결권 제한은 상호주 제한 때문이다. 상호주 제한은 상법 369조 3항에 근거한 것으로 회사, 모회사와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고려아연이 SMC를 통해 10%를 초과하는 영풍 지분을 가지고 있고 영풍 또한 10%가 초과하는 고려아연 지분을 들고 있어 의결권이 없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총에서 벌어진 영풍의 의결권 제한으로 법정 다툼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MBK 측 대리인은 "너무나도 부당한 해석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최대 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매우 위법하고 현저히 불공정한 행위 등에 대해 반드시 책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일 MBK 부회장도 이날 기자와 만나 임시주총 결과에 따른 법적 대응 가능성에 대해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더 나은 경영인이 회사를 이끄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내온 최 회장이 임시주총에서 와서는 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김 부회장은 직접 임시주총에 참석해 투표권을 행사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