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은 AI 개발·손정의는 칩 설계·이재용은 생산…분업 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전격 회동을 갖고 인공지능(AI)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세 사람이 한자리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과 올트먼은 약 730조원을 투입해 미국에 초거대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4일 오후 서울 서초사옥에서 방한 중인 올트먼 CEO, 손 회장과 만나 약 2시간에 걸쳐 AI 분야의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지 하루 만에 AI 업계 거물급 인사들과 만나며 글로벌 광폭 행보에 시동을 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날 회동은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오라클과 함께 추진하는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 업계에선 이번 만남에 대해 ‘한·미·일 AI 동맹 구축’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AI 분야에서 확실한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말 챗GPT를 선보인 오픈AI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 업체이며 AI 칩을 만들 수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도 갖고 있다. AI 모델을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가전, TV를 생산한다. AI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는 삼성전자로선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AI 시대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생산하고 있는 데다 오픈AI가 자체 AI 모델을 실행하기 위해 개발 중인 맞춤형 칩을 생산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하고 있어 협력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올트먼 CEO는 앞서 지난해 1월 방한 당시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경계현 당시 DS 부문장(사장)을 비롯한 사업부장들과 만나기도 했다. 당시 AI 반도체 생산 공동 투자, 파운드리 협업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회동에 동석한 르네 하스 Arm CEO는 개발 중인 AI 반도체에 삼성 파운드리를 이용할지를 묻자 "삼성은 훌륭한 파트너다. 그것 외에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Arm은 소프트뱅크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설계 자산(IP) 회사다. Arm 역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올트먼 CEO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을 대신하는 AI 전용 단말기와 독자 반도체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이 분야에서 삼성과의 협력 가능성도 크다.
올트먼 CEO와 손 회장은 전날 일본에서 합작사 'SB 오픈AI 재팬'을 만들어 '크리스털 인텔리전스'라는 이름의 기업용 생성형 AI를 개발, 판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AI' 비전을 토대로 TV와 가전,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 AI를 접목하고 있어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AI 서비스 확대 등을 모색할 수 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