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소위, 상법 개정안 통과…野 주도
與 "상법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할 것"
재계 우려 확대…"기업 여건 나빠질 것"
與 "상법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할 것"
재계 우려 확대…"기업 여건 나빠질 것"

25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고 상장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한 상법 개정안은 27일 국회 본회의에 오를 예정이다. 앞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지난 24일 야당 단독으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사 선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과 사외이사 비율 확대 등 상법 개정안의 다른 내용은 추후 논의된다.
이에 따라 상법 개정안을 두고 대립해온 여야가 본회의 통과와 재의요구권 건의 수순을 밟으며 다시 격돌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월 안에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해 상법 개정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소수 주주의 이익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추진하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는 위임 관계에 있는 회사뿐 아니라 직접 법률 관계가 없는 주주에게까지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8단체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내고 “글로벌 경제 전쟁이 심화되고 주력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기업 지배구조를 과도하게 옥죄는 것은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고, 산업 기반을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업이 본연의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회가 상법 개정안에 대하여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해 주기를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재계는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데 공감한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부진하다. 주주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경우에 한정해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를 자본시장법에 명문화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정부는 재계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12월 2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제안했지만, 이틀 뒤 탄핵 정국이 시작되며 지지부진했다.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만으로 기업 가치와 주주 이익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하며, 경쟁력 강화 등 기업 가치를 키울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가치와 주가, 배당에 대한 책임을 이사가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넘어서 이사회의 모든 결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하면 기업의 운영 여건이 나빠질 것”이라며 “상법 개정안에 집중하는 대신 다른 규제의 경직성과 고용·소득 창출 등 경제효과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 가치와 주주 이익을 확대할 방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