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CEO들, 글로벌 위기에 "캐즘·관세 부과 정면돌파" 선언

"후퇴도 감산도 없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선제 투자를 통해 확보한 북미 생산 거점을 활용해 미국의 관세 부과 움직임에 적극 대응한다. 46파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계획했던 투자도 예정대로 추진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5일 서울 강남 삼성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이차전지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5'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미국의 관세 부과 움직임에 대해 "미국 정부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는 것"이라며 "이미 미국 내 많은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CATL, BYD 등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기술력'을 꼽았다. 김 사장은 "(우리는) 가장 많은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IP)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46시리즈 제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투팩(CTP) 등에서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를 활용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했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46파이 배터리 개발, 북미 단독 공장 설립 등을 통해 경쟁 우위 확보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46파이 배터리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이미 샘플을 제출했으며 양산을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장기 성장을 위해 북미 단독 공장 설립을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셀 제조업체 중 유일하게 북미에 단독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 공장을 짓고 있는 것이 전부다. 46파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2170) 대비 에너지와 출력을 최소 5배 이상 높인 배터리를 말한다.

SK온도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낸다. 박기수 SK온 연구개발(R&D) 부문장은 "현재 46파이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생산 기술에 방향성을 잡아서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전기차 캐즘에도 (이차전지 소재 관련) 프로젝트들이 있는 만큼 계획했던 (사업을) 축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도 "2026년 말부터 황화물계 전고체 전해질을 대량으로 양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