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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철강 관세 부과 임박…對美 투자·쿼터 폐지 사이 전략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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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철강 관세 부과 임박…對美 투자·쿼터 폐지 사이 전략 '고심'

美 상무장관, 수입 철강 보편관세 '쐐기'
대미 투자 확대하라는 백악관 메시지에
철강사별 투자 전략·시너지 효과 검토
쿼터제 폐지로 수출 확대 기회도 변수
경북 포항시 영일만에서 바라본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경북 포항시 영일만에서 바라본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철강 보편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백악관이 관세 부과의 효과로 기대하는 철강사들의 대미 투자 확대가 대표적인 영향으로 거론된다. 동시에 한국에 적용됐던 수입 할당제(쿼터제)가 사실상 사라지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각 철강사별로 상황이 다른 만큼 보편관세 부과가 개시된 이후에도 '주판알 굴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9일(현지 시각) 미국 NBC와 인터뷰하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25%의 보편관세를 12일 예정대로 매기겠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보편관세를 비롯한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관세 폭탄’은 유예될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다르게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철강·알루미늄 무역 장벽이 더 높아지면서 한국 철강사들은 고민이 깊어졌다. 대표적인 고민은 대미 투자 확대다. 미 백악관은 한 달여 전 팩트시트를 통해 보편관세 부과에 따른 효과로 대미 투자 증가를 들었다. 특히 “(트럼프 1기 정부 때 관세 조치로) 미국 전역에서 투자 붐이 일어났다”며 현대제철의 미국 현지 제철소 건설 검토를 언급했다.

철강사들의 미국 현지 투자 검토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주목을 받았다. 현대제철의 대미 투자 검토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문제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북미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현대차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를 비롯한 전략적 투자의 일환으로 풀이됐다. 세아제강은 지난 2016년 미국 휴스턴에 유정용 강관 등 연간 25만톤(t)을 생산하는 공장을 확보해 사실상 현지 생산 능력을 갖췄다. 이미 확보한 현지 생산 거점을 확대할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국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 쿼터제가 사라진 점도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이번 보편관세 조치로 쿼터제가 무력화되면서 한국 철강사들도 다른 나라들처럼 현지 철강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길이 열렸다.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철강 수입품에 25%의 보편관세를 물렸다. 이때 한국은 통상당국 간 협상을 거쳐 한국의 대미 무관세 수출량을 236만t으로 제한했다. 무관세 혜택을 얻어냈지만 북미 시장 점유율 확대에는 발목이 잡혔다. 당시 일본은 관세를 그대로 적용받는 대신 수출 물량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철강사들은 보편관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를 뛰어넘는 강점으로 미국 시장에서 승부수를 걸지 고민이 깊어졌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한국 철강사들은 내수 부진에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쇳물을 생산하는 철강사와 철강재로 제품을 생산하는 제강사 사이의 입장 차이부터 철강 시장에서 현대제철과 포스코, 동국제강 등 각 기업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며 “각 기업별로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와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등에 따라 전략을 다르게 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