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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K-조선…美 함정 정비·건조 사업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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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K-조선…美 함정 정비·건조 사업 정조준

조선업체들, 미 해군 함정 사업 확대
한화오션 지난해 2건 MRO 사업 수주
HJ중공업 TF 만들며 MSRA 체결 준비
"한국 조선업계의 성장동력 되어줄 것"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 모습. 사진=한화이미지 확대보기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 모습. 사진=한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그리고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등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와 신규 건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 조선업계와 협력 가능성을 예고한 가운데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미 해군 함정 MRO와 신규 건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미 함정 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에만 2척의 MRO 수주를 따냈다. 올해는 최대 6척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을 시작으로 2~3척 정도의 시범 사업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총수도 직접 나서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등에 참석해 미국 새 정부의 주요 국방 안보 책임자들과 만나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 역량을 소개하고 미국 내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도 최근 미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조선·해양 분야에서 협력을 다짐했다.
HJ중공업은 최근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며 함정정비협약(MSRA) 체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또 미국통으로 꼽히는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을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미 함정 MRO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본격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미 해군 함정 신규 건조와 MRO 시장 전망은 밝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 조선업체와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며 주목받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은 신규 함정 조달을 위해 2054년까지 연평균 약 300억 달러(약 42조원) 규모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 미국은 해군 전력 강화를 위해 현재 보유 중인 296척의 함정을 2054년까지 381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30년간 총 364척의 신규 함정을 더 만들어야 한다. 매년 12척의 새 함정을 건조해야 하는 것이다. MRO 사업에는 연간 60억~74억 달러(약 8조8000억∼10조8000억원)를 지출하고 있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 함정 시장은 향후 한국 조선업계의 성장 동력이 되어줄 것"이라며 "미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 발의로 미 함정 해외 건조 가능성 확대가 기대되고, 특수선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조선사들의 수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최근 중국 조선업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동맹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들은 "미국 조선업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중국의 지배력을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투자 공조와 정책적 인센티브를 통해 한국 등의 선박 건조 역량을 강화하는 프렌드쇼어링'(우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