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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의 저주 재계 비상] 국내 대기업, 기습 유증의 늪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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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의 저주 재계 비상] 국내 대기업, 기습 유증의 늪에 빠졌다

삼성SDI·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습 유상증자 발표
유증 발표 후 주가 떨어지며 기존 주주 반발 커져
삼성SDI 소액주주 유증 철회 위한 트럭 시위 추진
"주주들과의 소통 부족해 과정에 대한 아쉬움 남아"
중동 사막을 달리고 있는 K9 자주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동 사막을 달리고 있는 K9 자주포. 사진=연합뉴스
국내 재계에서 유상증자의 저주가 재현되고 있다. 최근 유상증자를 발표한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독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주가가 하락하며 시가총액은 2조원 넘게 증발했다. 공들여 쌓아온 주주들과의 신뢰 관계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다만 이를 잠재우기 위해 오너 일가와 경영진들이 자사주 매입 등에 나서 주주들의 반발은 다소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유증 자체는 나쁘게 볼 수 없다면서도 규모가 너무 크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17% 상승한 67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총은 30조6761억원으로 30조원 선을 다시 회복했다. 유증을 발표한 다음 날인 21일 13% 넘게 폭락했던 것과 다르게 반등한 것이다. 하지만 유증 발표 전인 20일(주가 72만2000원·시총 32조9095억원)과 비교했을 때 2조원 넘게 시총이 빠졌다. 여전히 불씨는 남은 셈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 규모 유증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유증은 기업이 새로 주식을 발행해 기존 주주나 새로운 주주에게 돈을 받고 파는 것을 말한다. 통상 시장에서는 유증을 악재로 본다. 신주가 발행되면 총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주 차이를 두고 유증을 발표한 삼성SDI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삼성SDI는 이보다 앞선 지난 14일 2조원 규모 유증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삼성SDI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25%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20만원 초반대에 머물렀다. 삼성SDI 주가는 유증 발표 당일 6.18%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시총은 유증 발표 전인 13일 14조279억원에서 이날 기준 13조8561억원으로 떨어졌다.
시장과 금융당국도 이들 기업의 유증 시도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주주와의 소통이 없었던 것은 물론 예상보다 규모가 커서다. 삼성SDI 소액주주연대는 유증 철회를 위한 트럭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들은 "주주들의 돈을 갈취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다만 유증 발표 이후 최주선 삼성SDI 사장의 자사주 매입,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주식 매입 등으로 인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증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시행을 앞두고 이뤄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유증 등을 추진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목적이 대주주의 사익 추구가 아니고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서 하는 것이어서 이번 유증 자체를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며 "하지만 규모가 너무 크고 그 과정에서 주주와의 소통이 부족했다. 과정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