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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경영권 방어 일단 성공…영풍 측 법적 대응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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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경영권 방어 일단 성공…영풍 측 법적 대응 예고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2시간 가량 늦어진 11시 시작
고려아연 상호주 제한 이유로 들며 영풍 의결권 제한
영풍·MBK 즉시항고와 효력 정지 등 법적 대응 예고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이미지 확대보기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이 승기를 잡았다. 고려아연 측이 최대 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의 의결권을 상호주 관계를 이유로 내세워 제한하며 이사 수 제한 등 유리한 안건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다만 영풍 측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이들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윤범 회장 측 최대 주주 영풍 의결권 제한


28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용산 몬드리안호텔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당초 9시 시작이었던 주총은 2시간 30분 지난 11시 30분쯤 개회를 선언했다. 다만 시작된 이후에도 주총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고려아연 측이 최대 주주인 영풍 측 의결권을 제한하며 영풍 측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고려아연 지분 25.42%를 가지고 있는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채 주총을 진행했다. 이에 최 회장 측에 유리한 안건들이 모두 의결됐다. 특히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이었던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은 출석 의결권의 71.11%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 안건은 현재 제한이 없는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수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내용으로, 최 회장 측이 제안했다.

이어 집중투표제로 표결이 진행된 이사 선임 표 대결에서는 최 회장 측 추천 후보 5명과 영풍 측 추천 후보 3명 등 총 8명이 이사로 선임됐다. 최 회장 측 후보로는 이달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김보영 한양대 교수 등 3명이 재선임됐고 제임스 앤드루 머피 올리버 와이먼 선임 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등 2명이 신규 선임됐다.

영풍 측 이사 후보로는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 부회장, 권광석 우리금융캐피탈 고문 등 3명이 신규 선임됐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는 최 회장 측이 추천한 서대원 BnH세무법인 회장이 '3% 룰'에 따라 진행된 분리 투표를 통해 선임됐다. 이로써 최 회장 측 5명, MBK·영풍 측 1명으로 5대 1이던 고려아연 이사회 구조는 11대 4로 재편됐다. 최 회장 측이 이사회를 지켜내며 영풍 측으로부터 경영권을 지켜낸 것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정기주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해 9월 영풍 측의 공개매수 추진을 계기로 촉발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막아냈다"며 "사회 장악을 시도했던 MBK·영풍 측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다만 영풍 측이 의결권 제한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이번 분쟁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 측은 "최 회장의 또 다른 탈법행위로 인해 영풍의 고려아연에 대한 25%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파행됐다"며 "왜곡된 정기주총 결과에 대해서 즉시항고와 효력 정지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영풍 의결권 제한 두고 반격에 반격


고려아연은 1월 임시주총에 이어 이번 주총에서도 '상호주 제한'을 이유로 들며 영풍 의결권을 일방적으로 제한했다. 앞서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정밀과 최 회장 측과 일가족으로부터 영풍 주식을 사들여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다. 상법에서는 실질 소유권보다 과도한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해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기업들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의결권 제한을 두고 영풍 측은 법원에 '임시 주총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일부 받아들이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썬메탈홀딩스(SMH)가 SMC가 보유하고 있던 영풍 지분 10.3%를 현물배당 받으며 상호주 관계를 다시 만들었다. SMH는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호주 지주사다.

이에 영풍 측은 정당한 의결권 행사를 지키기 위해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그러나 전날 법원이 이를 기각하며 최 회장 측이 정기주총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후 영풍 측이 1주당 0.04주의 주식배당을 결정하며 SMH의 영풍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추며 상호주 관계 고리를 끊어냈다.

최 회장 측도 다시 반격했다. 이날 오전 고려아연 자회사 SMH는 장외 매수를 통해 영풍 지분율을 다시 10% 위로 끌어올렸다. 전날 영풍이 1주당 0.04주를 배당하며 SMH의 지분을 기존 10.33%에서 9.96%로 낮췄는데 이를 하루 만에 다시 지분 취득에 나서며 지분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