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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관세 카드 정의선 '美 투자'뿐…”부품관세·외교 협상으로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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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관세 카드 정의선 '美 투자'뿐…”부품관세·외교 협상으로 돌파”

산자부, 4월 중 비상대책 발표 예정
"타국 기업 대미투자 망설일 것"
車부품 관세 각론에 협상전략 좌우
"방위비 등 외교협상으로 접근" 지적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24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번째),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오른쪽 첫번째)가 참석한 가운데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24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번째),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오른쪽 첫번째)가 참석한 가운데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해 한국 대미(對美) 수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이 미국의 보편관세 ‘직격탄’을 마주하며 정부와 기업이 고심에 빠졌다.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놓은 대규모 현지 투자 계획 말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할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 방식을 두고 협상의 묘수를 찾거나, 한미 방위비 협상 등 외교적 접근법이 절실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달 중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산업 비상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3일(현지 시각)부터 자동차 수입 제품에 25%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수입 자동차 부품도 세부 내용을 확정해 5월 3일 이전 관세 부과를 개시할 예정이다.

당장은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발표를 부각하는 것 말고 마땅한 협상 카드가 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향후 4년간 자동차와 철강, 로봇·AI·SMR 등에 210억원(한화 약 30조원)을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만 놓고 보면 기존 공장들까지 포함해 총 연간 120만대의 현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계획으로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 말고는 해법이 안 보인다”며 “미국도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생산 기여를 인정하는 만큼 향후 협상 여지가 나타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대규모 현지 투자 계획을 직접 밝혔는데도 관세를 부과하면 투자 유치로 일자리 창출 같은 경제 효과를 낸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한달여 남은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가 협상의 핵심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완성차 제조는 미국 현지 공장을 활용하면 되지만,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미국산으로 대체하기에는 제약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간 무관세 협정(USMCA)을 충족하는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어떻게 적용할지도 변수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연구위원은 “한국 자동차 기업이 쓰는 자동차 부품은 한국산 비중이 큰데, 관세를 피하겠다고 미국산으로 100% 대체하기에는 품질 문제가 있다”며 “한미 FTA 유지 여부와 차 부품 관세의 각론, 모델별 한국산 부품 비중, 장기거래선 변화까지 고려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매트릭스를 두고 5월까지 협상 줄다리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협상 지렛대를 경제 대신 외교·안보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방국들에게 외교적 사안을 해결하라고 요구하며 FTA 같은 통상의 기본 틀을 흔들어왔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캐나다와 멕시코, 유럽연합(EU)에 대해 미국이 이용하는 협상 지렛대는 마약 범죄 문제와 이민자 유입, 나토(NATO) 방위비”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비경제적 현안을 해결하는 외교 협상용 무기이므로 한미 간 방위비 협상과 대중 관계 같은 외교·안보 현안을 두고 협상을 벌이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