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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트럼프 관세] 자고 나면 달라지는 트럼프發 관세…관세 강화해도 삼성·SK하이닉스 투자 여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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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트럼프 관세] 자고 나면 달라지는 트럼프發 관세…관세 강화해도 삼성·SK하이닉스 투자 여부 ‘글쎄’

기업들, 트럼프 행정부 신뢰성·오락가락 정책에 투자 꺼려
반도체인력 부족도 문제·마이크론 가격인상 따라갈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정책.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정책.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조치 번복에도 불구 당분간 미국 현지 투자 확대를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미끼로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에 나선다는 전략이지만 일관성 없이 바뀌는 정책으로 인해 신뢰성을 잃고 있는 탓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비롯해 아이폰을 보유한 애플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이후 미국 내 투자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관세 강화를 통해 미국 내 생산공장을 유치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미국 기업조차 호응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의 배경에는 실추된 트럼프 행정부의 신뢰성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시설을 건설하는 기업에 전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로부터 약속받은 반도체 보조금은 삼성전자 64억 달러(약 9조1300억원), SK하이닉스 4억5800만 달러(약 6500억원) 규모다. 기업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말 한마디에 이 금액을 모두 손해 본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도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요인이다. 트럼프 정부는 △2월 1일 캐나다·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 △2월 3일 캐나다·멕시코산 제품 관세 보류 △3월 12일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 부과 △4월 9일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4월 12일 중국 제외 상호관세 90일 유예 등 일관되지 않은 정책을 펼쳐왔다.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 건설에 필요한 수조원의 비용과 몇 년의 시간을 투자하려면 트럼프 행정부라는 불안 요소를 감당해야 한다.
미국 내부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추세다. 코리부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뉴저지주)은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신뢰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그를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공장 건설을 결정하더라도 미국 시장은 높은 인건비와 공장을 운영할 인력도 부족한 상태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던 TSMC는 2023년 7월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공장 가동 시기를 기존 2024년에서 2025년으로 1년 미루었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는 2029년까지 미국에 반도체 인력 14만6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 강화 정책이 발효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공장 건설보다는 제품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게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당장 미국 공장 건설을 시작해도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제외하면 인공지능(AI)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나 D램을 구하기 어렵다. 특히 마이크론이 최근 관세 강화에 대비해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을 인상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격을 인상해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보조금 수령 여부마저 불투명해서 투자 확대를 말하기는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