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한화 갈등 1년여 지속…해군 전력 공백 우려
"방사청은 결자해지하고 HD현대·한화는 승복해야"
"방사청은 결자해지하고 HD현대·한화는 승복해야"

2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24일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1년여의 논의 지연 끝에 지난달 17일 분과위에서 △수의계약 △경쟁입찰 △양사 공동개발 등 3가지 방안을 두고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정이 지연된 탓에 이번에 결론을 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의 선체와 전투체계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KDDX 사업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갈등으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서로 진행된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진행했고,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아 2023년 12월 완료했다.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 과정에서 양사가 대립을 벌여왔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은 조선사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아온 관례를 들어 수의계약 방식을 주장했다. 한화오션은 공정성을 이유로 경쟁입찰이 바람직하다며 수의계약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해 내내 서로를 향해 고발전까지 벌이다 취하할 정도로 대립이 극심했다.
이후 양사는 타협책을 모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 방식을 전제로 한화오션이 협력업체 자격으로 상세설계 일부에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두 조선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공동 계약해 공동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결론이 나도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방사청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입장이다. 조용진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22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KDDX 상생협력 방안을 양사와 계속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면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 대립과 방사청의 결정 지연으로 KDDX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해군 전력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KDDX는 2030년 하반기에 실전 배치돼야 한다. 하지만 사업 지연으로 해상 작전에 제때 투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해상 패권을 둘러싸고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군사력이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KDDX 사업이 지연될수록 해군 전력 강화와 해외 방산 수주 같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군의 전력화 시기가 계속 밀릴 수 있는 만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담판을 짓고, 방사청 논의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방사청은 사업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결자해지’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현·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