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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전쟁 속 국내기업 80%, 공급망 위기 '심각하다'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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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전쟁 속 국내기업 80%, 공급망 위기 '심각하다' 답변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절반 이상이 올해 공급망 조달 여건이 작년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은 중국의 원자재 수출통제보다 미국의 무역 제재가 공급망 위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50만 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보유한 제조기업 74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3.4%가 트럼프 2기 이후 공급망 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 답했다. ‘지난해와 유사할 것’은 41.4%, ‘개선될 것’이라는 답변은 5.5%에 그쳤다.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악화를 우려하는 비율이 높았고, 가구·인테리어, 섬유·의류, 이차전지,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업종에서 공급망 리스크가 두드러졌다.

업종별로는 가구 및 인테리어(76.9%), 섬유 및 의류(65.4%), 이차전지(63.9%),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60.7%), 가전 및 스마트 디바이스(59.4%), 화학 및 석유화학(56.4%), 기계 및 장비(56.2%), 철강 및 금속(55.8%), 전기차 및 수소차(54.5%) 등 기업의 공급망 우려가 컸다.

美 무역 제재에 따른 공급망 위기 인식 및 中 수출통제에 따른 공급망 위기 인식. 자료=한국무역협회이미지 확대보기
美 무역 제재에 따른 공급망 위기 인식 및 中 수출통제에 따른 공급망 위기 인식. 자료=한국무역협회

수출기업의 79.6%는 미국의 무역 제재로 인한 공급망 위기를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중국의 원자재 수출통제에 대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42.4%로 나타났다. 미국발 리스크를 중국발 리스크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셈이다. 트럼프 2기 이후 미국 제재에 따른 공급망 조정 필요성에 동의한 비율은 65.8%로, 중국 제재(30.3%)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등 무역 제재와 관련해 공급망 피해가 있거나 예상된다는 기업은 83.1%에 달했으며, 생산비용 증가와 대체 공급업체 확보 필요성도 주요 우려로 꼽혔다. 그러나 수출 기업의 절반 이상(51.8%)은 공급망 위기에 대해 아직 대응 계획이 없거나 미흡하다고 답했다.

정부의 공급망 지원 정책을 활용 중인 기업은 17%에 불과했고, 응답 기업 중 48.6%는 정책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는 '금융지원 확대'(60.0%), '수급처 다변화 지원'(42.3%), '관련 산업 규제 완화'(29.2%), '연구개발(R&D) 지원'(23.6%) 등을 꼽았다.

공급망 위기 피해 여부와 공급망 영향. 자료=한국무역협회이미지 확대보기
공급망 위기 피해 여부와 공급망 영향. 자료=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미국의 수출통제 확대에 따라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까지 관리가 필요하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몰리브덴 괴(대중 의존도 100%), 탄화텅스텐(93.1%), 희토류 금속(80.0%), 비스무트(77.7%), 텔루르(66.7%)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중장기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협력 확대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진실 무협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이후 미중 갈등 격화로 국내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수급 단절 우려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정부가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를 지원하고, 미중 충돌에 대비한 가이드라인, 보상 체계 마련 등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