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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상의 의미 -조철 KIET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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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상의 의미 -조철 KIET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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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산업연구원실장
[글로벌이코노믹=조 철 산업연구원 실장]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전히 세계 1위 수출대국이고, 수출이 수입을 크게 초과하는 생산 대국이지만 이러한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 금융위기를 전후로 하여 수출증가속도보다 수입증가속도가 더 빨랐다. 이에 따라 세계 수입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리먼 쇼크 이전이었던 2007년만 하더라도 중국의 수입규모는 미국의 45.5%에 불과했지만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미국의 84.4%에 달하고 있다. 거의 미국에 육박하는 수입시장으로 부상한 것이다.
중국이 세계적인 생산 대국이면서도 수입시장이 이렇게 크다는 것은 중국 시장 자체가 이미 세계 최대시장으로 부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 중국의 자동차판매량은 2,198만대로 절대적인 세계 1위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텔레비전, 냉장고, 에어컨 등 일반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휴대폰만 하더라도 재작년에 4.1억대나 팔려 세계시장 전체의 23.3%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 소비재뿐만 아니라 자본재 및 부품소재도 중국이 세계 최대시장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대표적인 자본재인 공작기계는 2012년 중국의 시장규모가 세계시장의 45.1%에 달하고 있다. 자동차, 기계, 전자제품 등의 생산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 이에 필요한 부품수요도 세계 최대 규모일 수밖에 없다.
철강 수요는 세계 전체의 43.8%이고, 화학부문 수요는 세계 전체의 23.4%에 달한다. 결국 현재시점에서도 대부분의 시장에서 중국이 세계 1위 시장일 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 수요의 20~30%에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중국시장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되어 세계 전체적으로 우려가 많지만 7.5% 이상의 경제성장률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비교적 성장률이 높은 신흥국들 중에도 이 정도 성장하는 국가는 드물다.

더욱이 이렇게 규모가 큰 국가가 이렇게 빠른 성장을 하는 경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2020년까지 중국의 경장성장률은 7%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시장은 앞으로 보다 더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더구나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정책을 내수 및 민생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즉, 중국이 향후 수출보다 내수 및 민간소비를 늘려 경제성장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보다 중국 시장은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중국시장이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세계 전체의 30~40% 달하는 거대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해외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중국 시장 확대에 적응하지 않으면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시장에서 우리의 위상은 위협받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 수입시장에서 우리의 비중은 그동안 꾸준히 10~11%를 유지해왔지만 2011년 9.3%로 떨어졌고, 작년과 재작년에는 9.2%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수입시장 구조는 부품소재 위주에서 탈피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중국 수입의 60% 이상이 부품소재였지만 작년의 경우 36%만이 부품소재였다. 물론 원자재 등의 비중이 많이 늘어났겠지만 기타 최종재의 비중도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63%를 부품소재에 의존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 수입시장에서 일본과 주로 경쟁했지만 최근 영토분쟁 등으로 일본이 크게 위축되고, 미국 및 독일이 주요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일본에 비해 보다 고급제품 및 첨단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국가로서 이러한 제품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반적인 가전뿐만 아니라 IT부문에서 비교적 첨단제품에 속하는 휴대폰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2009년 15.5%에서 2012년 10.7%로 중국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고, LG전자는 2.3%에서 0.2%로 크게 하락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의 위협에 의한 것이기 보다 중국업체들의 부상에 따른 것이다. 2012년 휴대폰부문에서 레노버, ZTE, 화웨이 등 중국 로컬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70%를 상회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있어서도 중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증가하였는데, 2010년 8%에 불과하던 것이 2012년 66%까지 높아졌다.

철강이나 화학부문에서 바오강이나 시노펙과 같은 세계적인 업체들이 출현하고 있고, 자본재산업인 기계부문에서도 중국 로컬업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 기업의 중국진출에 있어 대표적인 성공사례였던 건설기계부문에서 중국기업들의 성장으로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Sany나 Zoomlion 등과 같은 기업들은 규모면에서 세계 10위에 위치하고 있다. 공작기계부문에 있어서도 중국의 션양그룹이 세계 최대공작기계업체로 부상했다.

당분간 우리의 대중수출구조가 부품소재위주에서 탈피하기는 힘들고, 이러한 부품소재의 수요처 역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대중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부품소재를 수요 하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의 생산 및 판매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 부품소재가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로컬기업이나 중국에 진출한 다른 외자계 기업들에 대해서도 공급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공급선 확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이 요구된다 하겠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기업만이 가지는 가치가 존재해야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중국이 기술이나 기능은 쉽게 추격할 수 있어도 품질이나 신뢰성 등은 쉽게 따라올 수 없다.

국내 자동차부품업체들에 대한 조사(산업연구원․자동차부품진흥재단)에 따르면 2004년과 2012년 사이에 한중간 자동차부품의 기술수준은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품질 수준은 여전히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소비자들도 고품질 및 고급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제품생산을 위해 고품질의 부품소재에 대한 요구도 증가되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에서 안전, 위생 등과 같은 부분도 매우 중시되고 있다. 유제품 등에서 한국 식품에 대한 안전 및 위생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판매가 확대되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결국 최종 소비재, 부품소재, 자본재 할 것 없이 한국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중국시장에서 발전할 수 있는 강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