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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노약자석에 '임신부'와 '홑몸'도 앉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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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노약자석에 '임신부'와 '홑몸'도 앉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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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전철이나 버스, 기차 등 대중교통에서 노약자석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 가운데 ‘임산부’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맞게 쓰인 걸까요?

아닙니다. ‘임부’나 ‘임신부’라고 해야 합니다.
한자어로 된 ‘임산부’(姙産婦→아이 밸 임, 낳을 산, 며느리 부)와 ‘임신부’(姙娠婦 → 아이 밸 임, 아이 밸 신, 婦 → 며느리 부)는 반드시 구별해 써야 합니다.

또 “임산부가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담배를 피우면 태아에게 해롭다.”는 경고문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이 예문에 쓰인 ‘임산부’도 적절한 말이 아닙니다.
‘임산부(姙産婦)’는 ‘임부(姙婦)’와 ‘산부(産婦)’를 모두 아우르는 말로, ‘아기 밴 여자’와 ‘아기를 갓 낳은 여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임신부(姙娠婦)’는 말 그대로 ‘아기를 밴 여자’만을 의미합니다. 노약자석이나 담배와 관련된 것은 ‘임신한 여성’만 해당되므로,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는 아기를 낳은 ‘산부’가 아니라 '임부'나 ‘임신부’라고 해야 합니다.

담뱃갑에 적힌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라는 경고문에 쓰인 ‘임산부’도, 최근에는 ‘임신부’로 바뀌었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아이를 낳기 전의 여성은 ‘임부’나 ‘임신부’라고 해야 하고,

해산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여자는 ‘산부’나 ‘산모’라고 해야 합니다.

그러면 임신부에게 “홀몸도 아니신데 방송에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할 때, 여기서 ‘홀몸’은 바른 표현일까요?

이도 잘못 쓴 표현입니다. “홑몸도 아니신데(임신했는데) 방송에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맞습니다. 이렇듯 ‘아이를 배지 아니한 몸’의 뜻으로는 ‘홑몸’을 써야 하는데 많은 사람이 ‘홀몸’으로 잘못 쓰고 있습니다.

‘홀몸’에서 ‘홀’은 어떤 명사 앞에 붙어 짝이 없고 하나뿐이라는 의미의 접두사입니다. 한자 ‘독’(獨 → 홀로 독)자의 ‘홀로’라는 뜻입니다.

‘홀몸’은 배우자나 부모‧형제가 없는 고아이거나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 즉 단신(單身 → 홑 단, → 몸 신)이나 척신(隻身 → 외짝 척, → 몸 신)만을 일컫습니다.

여기서 ‘홀-’은 ‘홀몸‧홀시아버지‧홀시어머니‧홀시할머니‧홀아비‧홀어머니’ 등처럼 단순히 ‘짝이 없이 혼자뿐인’ 것을 의미합니다.

‘홀씨’와 무정란인 ‘홀알’에도 ‘홀’을 씁니다.

예를 들어 “사고로 아내를 잃고 홀몸이 됐다.” “나는 부모, 형제도 없는 홀몸이다.”처럼 쓰입니다.

그러나 ‘홑몸’은 “딸린 사람이 없는 혼자의 몸”이거나 결혼한 사람으로서 아직 “아이를 배지 아니한 몸”인 두 가지 의미로 쓰입니다.

여기서 ‘홑-’은 ‘홑겹‧홑그루‧홑꽃잎‧홑눈‧홑바지’처럼 ‘한 겹으로 된’ 또는 ‘하나거나, 혼자인’의 뜻을 나타내는 접두사입니다.

“홑몸도 아닌데(임신한 몸으로) 장시간의 여행은 무리다.”처럼 임신과 관련해서는 ‘홑몸’을 씁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