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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속의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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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속의 우리말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요즘 신문은 메르스 기사로 넘쳐납니다. 기사 가운데 흔히 잘못 쓰는 말을 골라 봤습니다.

"다른 병원에 들린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환자는 들리지 않았다고 답했다는 게 병원 측의 주장이다."
"보건 당국은 한동안 메르스 확진환자나 의심환자가 다녀간 병원의 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순창, 마을 통채로 격리… 105명 자가 격리 통보"

위 문장에서 밑줄 친 '들리지/일체/통채로'는 틀린 말입니다.‘들르지/일절/통째로’가 바른 표기입니다. 왜 그런지 알아볼까요.

◆'들르다'와 '들리다'

'들르다’는 "지나가는 길에 잠깐 거치는 것", 즉 "어느 곳을 거치다"란 뜻입니다. 들르다는 ‘들르니/들러’로 변형됩니다.

병원에 잠깐 들렀다 가거라.” “다른 병원에는 들른 적이 없습니다."

'들리다’는 "손에 가지다"란 뜻의 ‘들다’의 피동사, 사동사입니다. 이 뜻 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로도 쓰입니다.

“가방을 들리다.” “무거운 것을 들리지 마라.”

◆ '일체(一切)'와 '일절(一切)'

이 둘은 한자는 같지만 음이 다릅니다. 문장에 따라 달리 쓰입니다.

일체’는 명사로 "모든 것, 전부", 부사로 "모든 것을 다"라는 뜻입니다.

"그는 사후에 재산 일체를 사회에 헌납하기로 했다.”“안주 일체.”“일체(모든) 중생.”

그러나 '일절'은 부사로 "아주, 전혀, 도무지"란 뜻입니다. 주로 사물을 부인하거나 금하는 말과 함께 대부분 부정문에서 쓰입니다.

“수사관의 물음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면회는 일절 금합니다.” “외상은 일절 사절합니다.” ""보건 당국은 메르스 최초 환자 발생부터 지금까지 메르스 확진환자가 격리된 병원은 물론 메르스 확진환자 또는 의심환자가 다녀간 병원의 정보를 일절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째'와 '채'
‘째’는 주로‘통째로’형태로 쓰이는데, '통째’는 나누지 않은 덩어리의 전부를 뜻합니다. 비슷한 말로는 ‘통짜’가 있습니다. 표기가 혼란스러울 때는 ‘통짜’를 생각하면 ‘ㅊ’ 이 아니라 ‘ㅉ’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통째’에서 ‘째’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대로’ 또는 ‘전부’의 뜻(뿌리째‧껍질째)을 나타내는 접미사입니다. 또한 수량, 기간을 나타내는 명사나 명사구와 수사 뒤에 붙어 ‘차례’의 뜻(사흘째, 두 잔째‧, 셋째)을 더하는 접미사로도 쓰입니다.

“사자는 고깃덩이를 통째로 삼켰다.”“코끼리는 바나나를 껍질째 먹는다.”“호박이 덩굴째 굴러 들어왔으니 이게 웬일이냐?”“송두리째 빼앗겼다.” "순창, 마을 통째로 격리… 105명 자가 격리 통보"

그러나 '채'는 세 가지 의미로 쓰입니다.

하나, ‘채’는 “이미 어떤 상태에 있는 그대로”의 뜻으로 쓰입니다. 반드시 띄어 써야 합니다.
“그는 얼마나 피곤했던지 옷을 입은 채 잠이 들었다.” “멧돼지를 산 채로 잡았다.”“그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듣고만 있었다.”

둘, "집이나 기물, 가구, 이불 등을 세는 단위"로도 쓰입니다.
“오막살이 한 채” “가마 두 채” “장롱 한 채” “솜이불 한 채” “인삼 한 채”

셋, ‘-채’가 접미사로 쓰일 때는 몇몇 명사 뒤에 붙어 '구분된 건물 단위’의 뜻을 나타냅니다.
'바깥채' '사랑채' '행랑채' '안채' '집채’

하루 빨리 메르스가 진정되어 우리 국민이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기를 기원합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