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말글산책] '너구리, 독수리, 개미···', 태풍 이름은 왜 이렇게 불려지는 거야?

글로벌이코노믹

오피니언

공유
11

[말글산책] '너구리, 독수리, 개미···', 태풍 이름은 왜 이렇게 불려지는 거야?

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보통 7~9월에 우리나라에 오는 태풍은 길면 1주일 정도 머물며 큰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공식적인 태풍 이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공군이나 해군에서 붙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때는 태풍이 온순하게 지나길 바라는 마음에 자신의 부인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1978년 여성운동가들이 여성차별이라고 반발하자 이후부터는 남녀 이름을 번갈아가며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북서태평양에서의 태풍 이름은 1999년까지 괌에 위치한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정한 이름을 사용했으나 1997년 열린 제30차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2000년부터는 모든 태풍에 각 회원국 고유의 언어로 만든 이름을 10개씩 번갈아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해 북한, 미국, 중국, 일본, 캄보디아, 홍콩,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마카오, 미크로네시아 등 태풍의 영향을 받는 14개국에서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의 이름을 세계기상기구에서 태풍의 명칭으로 공식 부여하고 있습니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가 제출한 태풍 이름은 개미, 제비, 나리, 너구리, 장미, 고니, 미리내, 메기, 노루, 독수리 등입니다. 북한이 제출한 기러기, 소나무, 도라지, 버들, 갈매기, 노을, 무지개, 민들레, 메아리, 날개 등을 합치면 총 20개의 태풍 이름이 한글입니다.

140개 태풍 이름은 28개씩 5개조로 나뉘어 국가명 알파벳 순서에 따라 차례로 붙여집니다. 140개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합니다. 태풍이 보통 연간 30개쯤 발생하기 때문에 140개의 이름이 다 사용되려면 4∼5년 정도가 걸립니다.

태풍의 우리말 표기는 12개국(한국, 북한 제외)에서 원어로 제출하면 정부언론외래어심의위원회(국립국어원, 문화부, 교육부, 학계, 한국어문기자협회, 각 신문 및 방송사 공동 심의)에서 회의를 열어 외래어 표기 원칙에 따라 결정합니다.

한편 기존 태풍 이름이 없어지고 새로운 태풍 이름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해에 온 태풍이 막대한 피해를 줄 경우 앞으로 비슷한 피해가 일어나기 않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그 태풍 이름은 폐기시키고 다른 이름으로 바꿉니다.

예를 들어 2005년 9월 6일 일본 규슈 지방에 상륙한 태풍 '나비(Nabi)'는 20여 명의 인명피해와 엄청난 기상재해를 동반해 일본은 '나비(Nabi)'의 이름을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제38차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나비(Nabi)'라는 명칭을 2007년부터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제출했던 이 '나비'는 제39차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독수리'로 변경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2002년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태풍 ‘루사’는 ‘누리’로, 2003년 태풍 ‘매미’는 ‘무지개’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태풍 이름이 아래 표 순서에 따라 일정하게 붙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 표를 보면 이번에 온 태풍 '낭카' 다음에는 '사우델로르'가 제12호 태풍이 되어야 하는데 12호 태풍이 '할롤라'로 바뀌었습니다. '사우델로르'는 제13호 태풍으로 밀렸습니다.

'할롤라'는 원래 허리케인이었습니다. 서태평양이 아닌 중태평양에서 발생하면서 하와이의 남자 아이를 뜻하는 '할롤라'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할롤라'는 방향이 미국 쪽이 아닌 아시아 쪽을 선택했습니다.

날짜변경선(동경 180도의 선을 따라 남극과 북극을 잇는 경계선)을 넘으면서 허리케인이 태풍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 경우 원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할롤라'가 12호 태풍의 예정 이름인 '사우델로르'를 13호로 밀어내고 12호 태풍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허리케인이 태풍으로 바뀌는 경우에는 아래 표의 순서 다음에 끼어들어갑니다.

그 결과 찬홈→린파→낭카→할롤라(허리케인이 태풍으로 바뀌어 끼어듦)→사우델로르 순으로 이름을 붙이게 됩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