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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말글산책] 모둠회, 대짜로 하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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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말글산책] 모둠회, 대짜로 하나 주세요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여행을 하고 있던 한 가족이 식사를 하기 위해 항구의 횟집에 들어갔습니다.

딸 아이가 아빠에게 질문을 합니다. "회가 먹고 싶어요. 모듬회 대짜를 시킬까요?" "글쎄다. 모듬회가 좋긴 한데... 그런데 '대짜' '모듬회'가 표기법에 맞는 말인지 모르겠구나." 이런 경험을 한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대짜' '모듬회'는 과연 표준말일까요?

'같은 종류 중 가장 큰 것'을 일컬을 때 '대짜'라고 말하면 맞춤법에 어긋난 말 같아 찜찜하지요. 하지만 ‘대자’가 아니라 소리 나는 대로 '대짜'가 바른 표기입니다. 작은 것은 '소짜', 중간은 '중짜'. 제일 큰 것이 '대짜'입니다. "아구찜 대짜로 주세요." (옷을 살 때)"바지를 대짜로 하나 주세요."처럼 쓰입니다.
이렇게 마지막 음절에 '짜'가 붙는 말은 속어에서 많이 쓰이죠. '짜'는 타짜(노름판에서 남을 잘 속이는 재주를 가진 사람), 초짜(初-, 처음이라 그 일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괴짜(怪-, 괴상한 짓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공짜(空-, 힘이나 돈을 들이지 않고 거저 얻은 물건) 등처럼 주로 한자 뒤에 접사 형태로 붙습니다. 여기서 '짜'는 속되고 낮잡아 이르거나 그러한 성질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대자'는 어떨 때 쓰이는 말일까요. "큰 대자로 누워버렸다.'처럼 팔다리를 양쪽으로 크게 벌리고 누웠을 때 '대자로 뻗었다'고 하지요. 이때 '대짜로 뻗었다'고 하면 틀린 말입니다.

그러면 "모듬회 대짜"라고 할 때 '모듬회'도 바른 표기일까요? 횟집에는 거의 '모듬회'라고 써 있습니다. 이는 잘못된 표기로 '모둠회'가 맞는 말입니다.

'어떤 자료나 물건 따위를 한 곳에 놓거나 갖추다'란 뜻은 '모으다'입니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를 섞어 만든 요리의 이름도 모음회, 모음요리, 모음정식으로 써야 맞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대개는 모듬회라고도 하고 모둠회라고도 합니다. 이 가운데 흔히 쓰이는 모듬회가 맞는 말이라면 '모드다'라는 말이 있어야 하는데, 이 '모드다'는 사전에 없는 말입니다. 그런데 모든 사전에는 모둠과제, 모둠발, 모둠뜀, 모둠이라는 어휘가 올라가 있고, 훈민정음 국어사전에는 '모둠회'가 표제어로 올라가 있습니다. '모둠'이 비표준어인 '모두다'의 명사형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죠.

국립국어원도 '모음'은 '모으다'의 명사형이고 모둠과 모듬 둘 다 어원적으로는 옛말 '몯-'에서 온 말로, 문법상으로는 모음, 모둠, 모듬이 다 가능하다면서 다만, '모둠꽃밭, 모둠냄비, 모둠배, 모둠발, 모둠밥, 모둠앞무릎치기'와 같이 '모둠'이 들어 있는 합성어가 여럿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모둠'을 표준어로 선택했습니다.

따라서 모둠회, 모둠요리, 모둠정식, 모둠전, 모둠철판구이, 모둠보쌈, 모둠밥 등으로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횟집에 가시면 "모둠회, 대짜로 하나 주세요."라고 주문하세요.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