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기자의 말글산책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결실의 계절인 요즘 결혼식 청첩장이 많이 날아옵니다. 최근에 와서는 결혼식 하는 데 제철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맘 때가 한창입니다. 오늘은 결혼에 관련된 말들을 모아봤습니다. 흔히 “결혼식장에 가는데 부주금은 챙겼어요?” “사둔어른도 오신대?”라고들 말합니다. 여기에서 ‘부주금’ ‘사둔’은 맞는 말일까요?
아닙니다. 한자말 扶助金의 음을 그대로 읽은 ‘부조금’이 맞습니다. 삼촌(三寸)을 삼춘이라 하고, 사돈(査頓)을 사둔으로 말하는데 이 역시 한자말을 그대로 읽어 ‘삼촌’ ‘사돈’이라 해야 맞습니다. 한자음을 그대로 읽으면 되는데 왜 이 쉬운 일들을 헷갈려하는지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말에는 한자어를 그대로 읽는 ‘부조금/삼촌/사돈’과는 달리 한자음을 그대로 읽지 않는 말이 꽤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호도(胡桃)’를 ‘호두’라 부르는 것입니다. 양성모음+양성모음[호도]으로 발음하는 것보다는 양성모음+음성모음[호두]으로 발음하는 게 편하게 느껴져 생기는 관용음들입니다. 표준어 사정 시 이러한 현실음을 반영해 ‘장고(杖鼓)’는 ‘장구’로, ‘천동(天動)’은 ‘천둥’으로, ‘호초(胡椒)’는 ‘후추’로 ‘쌍동이’는 ‘쌍둥이’로 표준어를 정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표준어인 ‘부조금/삼촌/사돈’을 ‘부주금/삼춘/사둔’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되면 집안의 부모들끼리 부르는 말인 ‘사돈’은 상대방에 따라 다르게 부릅니다. 항렬이 같은 남자 사돈을 부를 때, 며느리나 사위의 아버지는 바깥사돈(사돈어른), 어머니는 안사돈(사부인)이라고 부릅니다. 또 결혼한 자녀는 사돈이라 부르고, 결혼 전인 자녀는 사돈총각, 사돈처녀라고 합니다. 그러나 자기보다 항렬이 높은 ‘사돈’을 부르는 말은 성별에 관계없이 ‘사장(査丈)어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신부가 ‘외동딸’과 ‘고명딸’인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어떻게 다를까요?
‘외동딸’은 ‘외딸’을 귀엽게 이르는 말입니다. 이는 아들이 있거나 없거나 딸만 하나인 경우를 가리킵니다. 그러나 아들 없이 딸만 하나인 경우는 무남독녀(無男獨女)라고 합니다.
‘고명딸’은 아들이 많은 집의 외딸로서 ‘고명’과 ‘딸’이 결합해 생긴 말입니다. ‘고명’이란 식욕을 돋우고 모양을 좋게 하기 위해 위에 얹는 것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입니다. 예컨대 국수에 얹는 당근이나 달걀지단, 또는 실고추 같은 오색 양념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고명딸’이란 음식 위에 고명을 얹듯, “많은 아들 속에 고명처럼 예쁘게 얹힌 딸”이란 뜻입니다.
‘고명딸’을 외아들의 반대 개념인 ‘외딸’의 뜻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고명딸’은 반드시 아들이 많은 집의 외딸만을 가리킵니다. 그렇다고 딸 많은 집의 외아들을 가리켜 ‘고명아들’이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그냥 ‘외아들’이라고 합니다. ‘외아들’이란 원래 다른 자식 없이 아들 하나만 있는 경우를 가리키나, 지금은 여자 형제가 있더라고 아들만 하나 있는 경우도 ‘외아들’이라고 부릅니다. 딸이 없는 집안의 외아들임을 강조할 때는 한자로 ‘무매독자(無妹獨子)’라고 합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