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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건장치 · 전기세 · 수도세, 제대로 쓰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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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건장치 · 전기세 · 수도세, 제대로 쓰였나요?

이재경 기자의 말글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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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이사에 관한 용어를 알아보겠습니다.
이사 가기 전에는 대개 며칠간 집을 비울 때가 있습니다. 빈집이지만 문단속을 잘해야 합니다. 이때 “시건장치를 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쓰인 ‘시건장치’는 제대로 쓰인 말일까요?

군대에서 ‘시건장치’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이 말이 영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일본식 한자어인 ‘시건(施鍵)’을 우리말로 읽은 거였습니다. 원래는 ‘자물쇠를 설치한다’란 뜻의 일본 한자어 시정(施錠)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시건’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런데 ‘시정’의 ‘정(錠)’자는 ‘자물쇠’를 뜻하고 ‘시건’의 ‘건(鍵)’자는 ‘열쇠’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시정’은 ‘자물쇠를 설치하다’로 말이 성립하지만, ‘시건’은 ‘열쇠를 설치하다’로 원래 의미인 ‘잠그다’라는 뜻과는 통하지 않는 말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1993년 당시 총무처(현 행정자치부)에서 펴낸 ‘행정용어 순화 편람’에서 ‘시건장치’를 버리고 순우리말인 ‘잠금장치’로 순화해서 쓰도록 했습니다. 일본식 한자인 ‘시정장치’나 ‘시건장치’ 대신 순화어인 ‘잠금장치’를 쓰도록 해야겠습니다.

이사를 갈 때는 며칠 분의 전기나 수도요금을 내야 하는데요. 이들을 ‘전기세’ ‘수도세’라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달에 전기세는 얼마나 나왔어요?” “이달에는 전기세뿐만 아니라 수도세도 많이 나왔어요.”처럼 말하곤 하죠. 이는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을 ‘세금’으로 착각해 ‘전기세’니 ‘수도세’라고 쓴 경우입니다.

‘세금’과 ‘요금’은 구분해 써야 합니다.
‘세금’은 국가나 지자체에서 개개인에게 소득, 행위에 대해 징수하는 것입니다. 근로소득세, 부가가치세, 교육세 등이 있죠. ‘요금’은 물건·시설을 개인적 필요에 따라 사용한 대가로 치르는 돈을 말합니다. 전기나 수돗물을 썼으면 그 대가로 ‘전기요금’ ‘수도요금’을 내야 합니다. ‘가스요금’ ‘이발요금’ ‘택시요금’ ‘목욕요금’을 내듯이 말입니다.

이사를 간 뒤에는 ‘집들이’를 합니다. 집들이는 이사한 뒤 집 구경과 인사를 겸해서 이웃과 친구들을 초대해 음식 대접하는 일을 일컫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새집을 장만하면 밖에서 음식을 먹은 뒤 새집에 가서 간단히 차를 마시며 집 구경을 하는 것으로 문화가 점점 바뀌고 있죠. ‘집들이’와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말에 ‘들턱’이 있습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음식을 베푸는 것을 ‘턱을 낸다’라고 하잖아요. 이처럼 새집으로 이사한 뒤에 내는 턱을 ‘들턱’이라고 합니다. ‘들턱’은 ‘집들이’와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그리고 ‘집알이’란 말도 있습니다. ‘집알이’란 “남의 이사 간 집이나 새로 지은 집을 구경할 겸 해서 인사로 찾아보는 일”을 일컫습니다. 순수한 우리말인 ‘들턱’과 ‘집알이’도 ‘집들이’와 함께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