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기업이 필수적으로 넘어야 할 공포의 벽인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신생 기업이 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맞닥뜨리는 첫 번째 도산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기술, 마케팅, 조직, 자금의 4가지 요소가 다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자금’이 가장 큰 위기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술기반 창업기업 즉 벤처기업들이 데스밸리를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자금난이다. 자금은 사람 몸에 흐르는 혈액과도 같아 자금이 마르면 순환이 안 돼 이른바 ‘돈맥경화’로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필자도 2000년 초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무리한 확장과 그에 따른 자금난 덜미에 잡혀 결국 대기업에 회사를 M&A로 매각한 기억이 생생하다. 물론 덕분에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하고 또 유지하기 위한 비즈니스의 핵심 골자가 무엇인가 하는 키워드를 그 교훈으로 성과처럼 얻기도 했지만, 너무나 뼈아픈 상처에 참으로 오랫동안을 절치부심하고 와신상담했던 시기가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데스밸리’를 넘지 못해 기업들이 도산하게 된다는 것은 한 기업의 소멸에 그치지 않고 그 기업과 관계한 개인, 기업 단체 등 수많은 전후방 경제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즉 개인과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함은 물론 국가 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OECD에서 발표한 ‘2015년 건강통계’에 보면 한국인의 자살률이 인구 10명당 29.1명꼴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고 하는데 경제적인 이유가 또 그 한 이유인 것을 보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겠다.
최근 들어 ‘데스밸리’를 뛰어넘기 위한 다양한 담론들이 이어지고 정부정책과 지원자금들이 더욱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다.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미국, 이스라엘 등 창업강국이 ‘실패 비즈니스’를 활성화시키고 패자부활전을 통해 실패 기업인들을 재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은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실패자는 패배자가 아니라 다시 극복하고 일어서 당당히 성공자가 될 수 있는 잠재적 성공자다. 즉, 그들이 ‘실패 경험을 통해 자신은 물론 다른 잠재적 실패자들을 구원해 줄 수 있는 경험자’라는 사실에 정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정리해 보면 창업기업 특히 기술력으로 무장한 벤처가 맞닥뜨리게 되는 위기로서 ‘데스밸리’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단순히 재정난에 빠진 한 기업을 살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라 구조적으로 사회구성원 모두와 국가 전체의 건강성에 미치는 영향에서 볼 때, 그 어떤 다른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긍정적 영향력의 파급효과가 크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현재와 같은 ‘저성장’의 늪에서 신속하게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벤처의 ‘데스밸리’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이고 다양한 솔루션들이 투여되어야 할 때다. 그리고 그 답은 이미 여러 가지 경로로 나와 있고 지금은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실천해야 할 시기다.
윤홍선 UBSTA Inc. 대표